“2020년 유가 20달러 시대가 올 것이다.”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에서 중동 지역 수석 고문을 역임한 석유컨설팅 업체 ‘드래고맨 벤처’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리 케데리는 8일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30% 급락한 32.05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배럴당 30달러로 27% 하락했다. 이날 원유 거래 가격은 2016년 2월 22일 이후 최저다.
이처럼 유가가 급락하고, 전문가들이 20달러대 초저유가 시대 도래를 점치는 건 이달 5, 6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연합체인 OPEC+ 총회에서 추가 감산 결정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세계 석유 수요가 둔화할 것을 우려해 OPEC+가 기존 감산 연장은 물론 추가 감산까지 합의하며 공급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석유 공급량은 오히려 확대될 전망이다.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이 늘어나니 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치다.
삼성증권의 국제유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감산이 종료되는 4월부터 OPEC+ 참여국들이 산유량을 감산 이전 수준으로 늘릴 경우 OPEC은 하루 160만 배럴, 비OPEC은 50만 배럴을 추가 공급하게 된다.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를 통한 유가 조정에 실패하자, 유가를 낮추고 공급량을 늘려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이미 선회한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기존 하루 평균 97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의 종료 후 4월 원유 판매 가격(OSPㆍOffical Selling Price)을 대폭 인하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심혜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 경쟁을 통해 주요 소비국인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특히 유럽향 OSP를 큰 폭으로 인하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즉 감산에 동의하지 않은 러시아를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히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역시 나름의 셈법이 있는 한 사우디의 의도대로 일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심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OPEC과의 협상을 끝내 불발시킨 이유는, 저유가를 이용해 미국 셰일 산업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이 지난해 말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사업과 최근 베네수엘라와 계속 거래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의 자회사인 로스네프트 트레이딩을 연달아 제재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저유가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유가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가 높은 셰일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로저 디완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수요 급감에 사우디 증산까지 겹치면 2분기 유가는 20년래 최저치인 배럴당 2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