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내내 진영 논리에 갇혀 사사건건 대립해오던 여야가 당론을 뒤로 한 채 자유롭게 소신 투표하는 장면이 지난 6일 연출됐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 처리 본회의에서다. 이날 타다 금지법은 재적의원 185명 중 169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여야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반면 앞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7%가 타다 활성화를 찬성했고, 타다 금지법 반대 서명이 8만명에 육박했지만, 의원들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타다 금지법 통과 후 반발이 거세다. 국회가 신ㆍ구 서비스 간의 자유 경쟁을 막았다는 비판이다. 그 결정의 이면에는 총선을 앞두고 25만 택시업계 관계자를 의식해 타다 운전자 1만2,000명의 직장을 빼앗고, 170만 타다 가입자의 편의를 가로막는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앞으로 운수업 플랫폼 신규 업체는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면허를 받아 택시총량제를 따르도록 규제의 벽을 높여, 사실상 대기업만 진출할 수 있게 한 것은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 타다 금지법 환영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의 택시총량제 지침에 따라 신규 운송플랫폼 사업을 추진해온 카카오, 위, 벅시 등 7개 업체는 “택시와 플랫폼 업계 간 충돌과 갈등, 플랫폼 업계 내부의 반목도 사라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공동 입장문을 내놨다. ‘국내 벤처 1세대’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20대 국회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며 “개정안은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운송) 혁신법”이라고 평가했다.
□ 규제는 신기술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숙명이다. 158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양털 양말 편직기 특허권 인가를 거부하며 “백성의 일자리를 빼앗아 거지로 만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신기술 차단 여부는 정치 권력과 사회적 분배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타다가 자신들 플랫폼이 펼칠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그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받는 택시업계와 공생 노력을 소홀히 했을 때 ‘타다 금지’란 결말은 이미 예정돼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16세기 여왕이 18세기 산업혁명을 막을 수 없었듯이, 기술 혁신은 늘 변화와 적응의 노력으로 규제의 벽을 넘었다. 타다 관계자와 지지자들도 오늘의 실패 교훈을 되새겨, 다시 벽을 두드리기를 바란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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