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파티마병원 박학열 산부인과장…“산모 아기 휴대폰 영상으로 만나고 있다”
“몸무게 3.13㎏의 건강한 여자아기가 음성 판정을 받아 너무 기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임신부의 분만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집도한 대구 파티마병원 산부인과 박학열(52) 과장은 9일 “확진 임신부 분만수술은 처음이라 긴장했으나 똑같은 산모라고 마음을 다잡고 수술을 잘 끝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이 국내 8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 임신부 중 첫 출산 수술을 한 것은 6일 오전 11시다. 박 과장과 마취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8명은 레벨D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수술대 앞에 섰다.
수술은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로 진행됐다. 산모가 호흡을 크게 하다 숨이 가빠질 우려도 있고 몸 상태도 최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산모와 미리 협의한 것이다.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몸무게 3.13㎏으로 태어난 여자아이는 음성 판정을 받고 신생아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산모도 수술 직후 음압병동에서 격리돼 회복 중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딸을 안아보지는 못했다. 이들 모녀는 병원 측의 배려로 하루에도 수 차례 사진과 휴대폰 동영상을 통해 만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산모는 37주6일째인 6일 수술을 받았다. 최근 증상이 사라져 검사를 받은 결과 음성으로 나왔고 9일 재검사를 받은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 환자에게 폐렴 소견이 있어 음성 판정이 나더라도 당분간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박 과장은 “산모에게서 태아에게 전염되는 ‘수직감염’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최근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8명의 분만수술을 잘 마쳤고,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에 취약한 임신부들을 위해 파티마병원 응급실을 분만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했다. 시는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의심 증상이 나타난 임신부가 응급 분만(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복통, 양수 흐름, 진통 등 응급 증상, 임신 중독증 및 기타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이곳에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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