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에 따라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 수가 늘면서, 한국의 수출 상위 10대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인적 교류를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와 정부는 인적 이동 제한이 물적 교류 등 경제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9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發)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 및 지역은 총 103곳이다. 이들 중에는 한국의 10대 수출국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포함됐다. 한국의 10대 수출국은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대만, 인도, 싱가포르, 멕시코, 말레이시아이며, 이들 국가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0.3%에 달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19개 성·시(省·市)에서 한국인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고 있고, 일본도 9일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 금지 및 2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한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단행했고, 베트남은 대구ㆍ경북 지역 거주자 및 2주 이내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14일간 격리 조치를 실시했다. 말레이시아는 대구·경북 등 한국 일부 지역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으며, 대만·인도·멕시코는 도착비자 발급 중단, 자가 격리, 도착 시 발열검사 조치 등으로 검역을 강화했다.
재계는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 한국인 입국을 규제하면서, 교역·투자 등 물적 교류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미국까지 한국인 입국 제한을 취할 경우 한국의 대외 경제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공개적으로 주요국 입국제한 조치에 따른 경제 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이 늘어나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교역·투자 등 경제활동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소비심리와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내수, 생산, 수출 등 실물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누적되고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코로나19 영향권에 접어든 지난달 우리나라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고, 이 가운데 우리 교역의 4분의1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6.6%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코로나19에 따른 대외 경제 여파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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