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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자가당착, 비례연합정당 참여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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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자가당착, 비례연합정당 참여 수순

입력
2020.03.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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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당원 투표로 참여 여부 결정키로… 당 지도부 책임 덜기

“정치 개혁 훼손” 비판 속 “통합당 20석 이득 막아야” 불가피론

의석 좇다 중도층 놓칠라… “총선 필승 카드 아니다” 신중론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4ㆍ15 총선에서 진보ㆍ개혁 진영의 비례대표 전용 연합정당(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할 지 여부를 ‘전체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이날 결정은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수순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이미 기울어 있다. 정치 개혁이라는 대의를 훼손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원내 제1당 지위를 지킬 수 있는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산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형식을 취해 스스로 결단하는 부담을 덜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권엔 문재인 열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명박근혜(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으로 돌아갈 순 없다” “민주당이 1당을 놓치면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 당한다” 등 비례연합정당 합류로 몰아가는 극단적 논리가 퍼지고 있다. 당원 투표가 비례연합정당 합류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저작권 한국일보]민주당 발언들/2020-03-0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민주당 발언들/2020-03-08(한국일보)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례연합정당 합류 문제를 놓고 3시간의 마라톤 토론을 벌인 끝에 ‘전체 당원 모바일 투표’라는 방식을 고안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9일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모바일 투표 시기, 투표 문항 등을 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놓고 “꼼수이자 불법”이라고 끈질기게 비판해 왔다. 민주당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당원 다수의 결정’에 책임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또 전 당원 투표라는 대형 이벤트를 함으로써 비례연합정당 합류 결정에 실망해 이탈할 수 있는 지지층의 표심을 단속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일반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의명분 잃어도 실리 취하겠다”

민주당이 끝내 비례연합정당에 발을 들인다면 ‘거대 양당제 혁파’를 내세워 입법화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것으로 ‘꼼수’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총선 기표 용지의 비례연합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을 탈당시켜 ‘의원 꿔주기’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을 포기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지지층을 설득하는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달 24일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ㆍ민주당 대응전략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지도부에 보고했고, 이후 지도부 사이에서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과 손 잡지 않으면 미래한국당은 25석 이상을 확보하는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6, 7석을 얻는 데 그친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제 개혁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정의당도 9석밖에 얻지 못한다.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통합당이 21대 국회의 원내 1당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낙연(왼쪽),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왼쪽),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비례대표 의석 좇다 중도층 표심 잃을 수도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정의당은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8일 합류를 공식 거부했다. 민주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해 미래한국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으려면 정의당의 동반 합류가 필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의 불참으로 민주당의 기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민주당과 정의당과의 연대가 깨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민주당”이라며 “또한 민주당이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매섭게 비판해온 만큼, 진보성향의 중도층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당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중도층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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