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0시부터 상호 무비자 입국 중단
청와대 “주권 국가로서 마땅히 할 일 했다”

한국과 일본이 9일부터 무비자(사증) 입국 중단 등 상대국을 조준한 입국 제한 조치에 들어간다. 일본이 시작한 한일 양국의 ‘빗장 걸기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번 싸움은 일본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8일 외교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일본인에 적용했던 90일간의 무비자 입국이 9일 0시부터 잠정 중단된다. 이후부터는 모든 일본인이 우리 정부가 발급하는 비자를 새로 받아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또 ‘건강 상태 확인서’를 자필로 써 내야 하는 것을 비롯해 일본인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 심사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싸움을 먼저 건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도로 지난 6일 한국 발(發) 여행객 입국 제한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이에 우리 정부가 맞불을 놓았다.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목적’을 내세워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출발한 여행객을 2주간 자국에서 격리 대기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8일 일본에 추가 대응 조치를 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 대해 절제된 대응을 한 것”이라면서도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면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확전을 원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이번엔 우리 정부가 추가 조치를 먼저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일 현재 1,100명대로, 이달 들어 하루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이 지역감염자에 대한 검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일본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달 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인 입국 제한 조치의 시한을 못박지 않았다. 이달 말이 임박하면 일본은 한국에 대한 조치를 약속대로 해제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반면, 한국은 일본 내 코로나 확산 추이를 근거로 일본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청와대는 일본 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이 정치적ㆍ감정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유독 일본에만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투명성ㆍ개방성ㆍ민주적 절차라는 3원칙에 따라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정부의 맞대응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주권국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