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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서도 '양성 추정 환자'… 美, 위기감에 추가 대외조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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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서도 '양성 추정 환자'… 美, 위기감에 추가 대외조치 주목

입력
2020.03.08 20:00
수정
2020.03.08 23:4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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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2개 주(州)로 번지는 등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까지 뚫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걱정 없다”지만, 미국의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추가적인 여행 금지나 입국 제한 조치로 우리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8일 0시(미 동부시간 기준) 현재 19명, 전체 감염자는 42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날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치ㆍ외교의 중심지인 워싱턴에서 첫 ‘양성 추정 환자’가 발생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주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온 점을 감안하면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태평양 연안에 집중됐던 코로나19가 동부로까지 확산됐다는 명확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대규모 정치 콘퍼런스 참석자 가운데 3명의 확진자가 나온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들 행사에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거물급 정치인이 대거 참석해서다. 관공서와 금융기관 등이 밀집된 워싱턴이 ‘업무 마비’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는 총력전을 벌여야 할 처지다.

게다가 서부 샌프란시스코 연안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전날 21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면서 일본의 ‘크루즈선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날 북동부 뉴욕주와 중서부 유타주의 가세로 비상사태나 재난 상황을 선포한 지역은 9곳으로 늘었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월 초 사용된 진단키트는 성분 문제로 오류가 발생했고 협소한 초기 검사지침 탓에 수많은 감염 사례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증시하락 등을 우려해 정보 공개에 미온적인 백악관과 투명한 공개를 바라는 보건당국이 충돌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신호로 미국인들이 위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여전히 자화자찬이다. 그는 이날도 ‘코로나19가 백악관에 근접하고 있는데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우리는 이것이 ‘우한 코로나’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뜬금없이 ‘중국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미국 내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대외 조치가 추가로 내려질 지 주목된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5일 “이들(한국과 이탈리아) 정부가 검역 요구에 매우 협조적”이라며 당장은 추가 조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미국 내 확산세가 심각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고강도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선 일본의 전격적인 입국 제한 조치가 빌미가 될 수 있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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