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뒷북’ 마스크 대책에 분통
“초등 5학년도 혼자 사기 어려워”
정부의 거듭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도 마스크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초기부터 “공급량은 충분하다”는 판단을 고집해 대책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땜질식’으로 내놓는 보완책마다 계속 허점이 노출되고 있어서다. 정부 대책이 오히려 혼선을 부추긴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0세 이상, 80세 이하는 무대책?
당장 8일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보완방안’을 놓고도 미성년자와 고령층이 있는 가정은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는 만 10세 이하 어린이와 만 8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해서는 대리 구매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대리 구매 허용 범위가 나이 기준으로 결정되면서 몸이 불편한 70대 노인과 아직 초등학생 나이인 어린이는 소외되는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70대 어머니를 모시는 김모씨는 "마스크 부족 상황을 감안해도 질환이 있는 70대 노인에게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를 키우는 주부 박모씨도 “초등학교 4, 5학년은 마스크를 혼자 사기 어려운 나이”라며 “10살을 기준으로 대리 구매 허용 범위를 정한 것은 대표적 탁상공론 같다”고 말했다.
◇“생산량 충분” 오판이 뒷북대책 불러
정부의 마스크 수급 판단 착오가 계속된 뒷북 대책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높다.
정부는 지난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뒤, 마스크값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을 보였음에도 계속 “마스크 공급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서도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수급 불안정은 생산이 아니라 유통 문제 때문이라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이 한달 가까이 유지된 것이다.
이에 2월까지 정부 대책은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등 국내 유통질서 확립 등에만 집중됐다. 그 사이 국내 생산 마스크는 하루 평균 100만장 이상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0일 사이 중국으로의 마스크 수출액은 평소의 수백 배로 추산된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26일 마스크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수출 규제책을 내놨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마스크 공적 판매제를 시행하면서도 수출을 전면 규제 하지 않은 것도 정부가 사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마스크 수출 금지와 5부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는 한 당분간 마스크 품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 마스크 사용 지침을 개정하고, 막연히 ‘혼잡하지 않은 장소에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면마스크 사용을 권한다’ 하는 것도 되려 국민 혼선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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