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사흘 새 수도 하노이 등에서 14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혼란에 빠졌다. 주민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가짜 뉴스’가 판치는 가운데 신규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교민사회의 직ㆍ간접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8일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을 다녀온 20대 베트남 여성 A씨가 지난 6일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베트남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귀국 비행기에서 A씨 옆 자리에 앉았던 61세 베트남 남성은 물론 A씨의 친척과 운전기사 등 3명의 추가 감염 사실이 곧바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A씨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외국인 관광객 9명이 다낭 등 베트남 각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슈퍼 전파자’로 강하게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에선 특히 A씨가 수도 하노이 내 유명 관광지인 서호 인근 호텔에서 일한데다 그의 거주지도 도심 내 바딘 지역이라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여기에 A씨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 5일간 하노이 시내의 여러 다중시설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내 대형마트들은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비축 물량이 충분하다”며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동요하는 민심을 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는 전날 A씨 거주 지역을 즉시 폐쇄한 뒤 군 부대를 투입해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또 A씨와 접촉한 자국민 123명을 격리 조치하고 A씨가 탄 비행기에 탑승했던 나머지 외국인들의 동선도 파악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A씨와 동선이 겹치는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같은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 1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전날 확인된 18번째 확진자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교민사회도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이틀 새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확진자가 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대거 유포되면서 교민들의 행동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또 한인 거주지에서도 사재기가 일어나 생필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한인회 관계자는 “한국을 다녀온 베트남 남성은 입국 이후 계속 격리시설에 있어 한국발(發) 코로나19 추가 확산 가능성은 낮다”면서 “베트남 당국이 가짜 뉴스를 바로잡고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조치하게 하는 등 교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과 캄보디아는 한 일본인 사업가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일본 귀국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사업가가 지난달 이들 국가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3명의 확진가 더 나온 필리핀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발동을 준비 중이고, 캄보디아는 전국에 긴급 휴교령을 내린 데 이어 주요 축제도 모두 중단시켰다. 싱가포르도 최근 8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2명의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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