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00명 확진… 북부 1,600만명 이동 통제
中 교류 많고 고령 비율 높고 의료인력은 부족
이란ㆍ이라크 등 보건시스템 취약한 중동 비상
이탈리아에서 하루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200명을 훌쩍 넘었다. 치사율도 주요국 중 드물게 4%에 육박한다. 중국과의 빈번한 교류에 더해 높은 고령자 비율과 의료인력 부족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모습이다. 보건시스템이 열악한 중동 국가들에서도 환자가 급증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7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확진자가 전날 대비 1,247명 증가해 총 5,88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엔 집권당 대표도 포함됐다. 일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사망자는 36명 늘어 총 233명이 됐다. 100명대에 올라선지 사흘만이다. 치사율은 3.96%로 보건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가운데 최근 확산세가 두드러진 이란(2.4%)보다도 훨씬 높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음날 롬바르디아주(州)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ㆍ베네토ㆍ피에몬테주에 걸쳐 북부권 3분의 1에 해당하는 14개 지역을 추가로 봉쇄했다. 경제ㆍ금융 중심지 밀라노, 세계적인 관광지 베네치아 등 핵심도시 상당수가 포함됐다. 그간 5만명이던 이동 통제 대상 인구를 한꺼번에 1,600만명까지 늘린 건 현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패션산업 중심지인 이탈리아 북부가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곳임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고령인구 비율이 사망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노령층 비율은 23%로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자 유럽 최고다. 고령일수록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사망자 대다수는 기저질환을 가진 63~95세 노인 환자다.
미국 ABC방송은 “환자 폭증으로 이탈리아의 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우려했다. 지난 2일 줄리오 갈레라 롬바르디아주 보건책임자는 “지역 의료진의 10%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된 상태”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은 중앙정부까지 나서 은퇴한 의사ㆍ간호사는 물론 내달 졸업시험을 앞둔 간호대 학생들까지 일선에 배치키로 했다.
이란에서도 8일 기준 확진자가 전날보다 743명 늘어 총 6,5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9일 첫 확진자 발생 후 보름여만에 6,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사망자는 49명 증가해 총 194명이 됐다. 일일 기준 확진ㆍ사망자 수가 가장 많지만 실제 확진자 수가 2만8,0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문가 주장이 나오는 등 통계 조작 논란이 여전하다. 이란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의사 수가 10명도 되지 않는 이라크에서도 최근 사망자가 나오는 등 중동 전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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