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한국 올 성장률 1%포인트 낮아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부진이 완화됐다’는 판단을 내린 지 한 달 만에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악의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달 만에 다시 바뀐 경기 흐름
KDI는 8일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달 ‘2월 경제동향’에서 “경기부진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내린 지 불과 한달 만이다.
앞서 KDI는 지난 1월 “경기부진 완화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2월에는 “경기 부진이 완화됐다”며 경제 회복 국면을 예고했다. 다만 2월에도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경기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부연했는데, 부정적 영향을 넘어 아예 경기 흐름이 회복에서 다시 하락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한 셈이다.
실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2월 수출액(일평균)은 1월 5.9% 증가에서 -12.2% 감소로 전환됐다. 회복 흐름을 보이던 2월 소비심리도 한달 전(104.2)보다 7.3포인트 급락한 96.9를 기록하며 빠르게 식고 있다.
금융시장도 불안한 상태다. KDI는 “주가, 원화가치, 금리가 모두 하락하고 불확실성 지수도 상승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 성장률 1%포인트 하락 가능”
ADB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65억3,100만달러(약 19조7,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나라 GDP의 1.02%(2018년 기준)에 해당하는 규모로, 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취업자 수도 기존보다 35만7,000명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ADB가 가정한 최악 시나리오는 중국의 여행금지와 내수감소가 6개월간 이어지고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3개월간 지속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중국 내 소비ㆍ투자가 2% 감소하고, 한국에서도 소비가 2% 줄어드는 조건이다.
최근 사태 전개를 보면, 이런 ADB의 시나리오가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한달 반 넘게 지속 중이며, 확진자 수도 7,000명을 넘어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현 경제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엄중히 인식하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해 빈틈없는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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