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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따먹기 이쑤시개 쌓기… 코로나로 ‘부모표 방콕 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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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따먹기 이쑤시개 쌓기… 코로나로 ‘부모표 방콕 놀이’ 돌아왔다

입력
2020.03.08 18:00
수정
2020.03.08 18:5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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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상의 종이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종이컵 쌓기’ 놀이 등이 유튜브에서 소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다양한 색상의 종이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종이컵 쌓기’ 놀이 등이 유튜브에서 소개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4세, 7세 아들 둘을 돌보는 주부 최모(40)씨는 요즘 아파트 벽과 바닥 곳곳에 테이프를 붙이느라 바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종일 집안에 있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서다. 바닥에 전지를 붙이고 칸을 나눠 ‘실내 땅 따먹기’ 놀이를 하고, 테이프를 벽 사이에 붙여 테이프를 건드리지 않고 통과하는 일명 ‘미션 임파서블’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최씨는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TV만 틀어줄 순 없어서 직접 이것저것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서 해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훨씬 재미있어 한다”고 추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이 집에서 ‘실내 땅 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이 집에서 ‘실내 땅 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부모표 놀이’가 돌아왔다. 아이들을 오랜 시간 가정에서 보육하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테이프, 종이컵, 페트병, 양말 등 생활소품을 활용한 놀이 방법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육아심리상담 스타트업인 그로잉맘이 지난달 25일부터 아이와 집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SNS상에 올려 공유하는 ‘#아무놀이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일주일 만에 5,000명이 넘는 부모가 참여했다. 유튜브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 ‘실내 놀이’ ‘뭐하고 놀지’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소개한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와 함께 택배 박스에 물감을 칠해 공룡을 만드는 것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다.
아이와 함께 택배 박스에 물감을 칠해 공룡을 만드는 것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놀이다.

부모표 놀이는 간단하면서도 아이의 흥미를 돋우는 게 관건이다.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종이컵이나 동화책, 이쑤시개를 활용하는 ‘탑 쌓기 놀이’다. 간단한 생활소품을 이용해 탑을 쌓는 동안 아이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시간도 꽤 많이 소요된다. 큰 종이에 손을 따라 그린 후 손톱을 그려 넣고 스티커나 색연필 등으로 꾸미는 ‘아이표 네일아트 놀이’도 참신하다. 소파와 옷장 등에 이불을 걸쳐 놓고 아이만의 안락한 캠핑장을 만들어주거나 택배 상자를 재활용해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로켓 등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5세 딸과 함께 수수깡으로 집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낸 회사원 김지현(36)씨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훨씬 오래 즐거워하면서 놀았다”라며 “예전에는 장난감을 사주고 알아서 놀도록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이와 함께 노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 보육 중인 4세 아이가 큰 종이에 손을 그려 넣고 손톱을 꾸미는 놀이인 ‘아이표 네일아트’ 놀이를 하고 있다.
가정 보육 중인 4세 아이가 큰 종이에 손을 그려 넣고 손톱을 꾸미는 놀이인 ‘아이표 네일아트’ 놀이를 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아이를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표 놀이는 가성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좋은 효과를 내려면 요령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자칫 부모는 부모대로 힘들고, 아이는 부모의 기대만큼 호응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놀이의 방법보다 요령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원 그로잉맘 마케팅 팀장은 “아이의 기질을 잘 파악해 그에 어울리는 놀이를 하는 게 좋다”며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미술 놀이를, 활동적인 아이라면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놀이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놀이 후 뒤처리가 많거나, 위험한 놀이는 피하는 게 좋다. 최희아 마인드스페이스 대표(아동심리 전문가)는 “부모표 놀이를 할 땐 아이에게 시간과 장소 등 규칙을 정해주고 그 시간만큼은 아이가 주도하도록 하되 부모가 가르치려고 하거나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야 아이가 놀이라고 생각하고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아이들이 집에서 미술 놀이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아이들이 집에서 미술 놀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데 대해 부모가 잘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희아 대표는 “아이들은 ‘왜 유치원을 못 가지’ ‘왜 바깥에 못 나가지’ ‘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라고 생각하면서 막연하게 두려워할 수 있다”며 “아이에게 ‘바깥에 건강에 안 좋은 세균들이 많이 생겨서 당분간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니깐 걱정 마’라는 식으로 안정감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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