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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마스크 2장씩 팔았지만, 주말에도 마스크 전쟁은 여전

입력
2020.03.08 18:01
수정
2020.03.08 18: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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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약국 앞에 주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안하늘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약국 앞에 주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안하늘 기자

"마스크 이미 다 나갔어요. 어차피 내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돼서 내일 오셔도 마스크 못 사요. 손님은 태어난 연도 끝자리가 ‘8’이니까 목요일에 오세요.”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막겠다며 인당 마스크 구입가능 수량을 2장으로 묶는 긴급조치를 내놨지만 시민들의 마스크 구하기 전쟁은 주말에도 이어졌다. 특히 마스크 5부제 시행을 앞두고 출생연도를 따지지 않고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점이 부각돼서인지 약국엔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인근 약국에선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긴 줄이 늘어섰다. 전날 미리 오전 11시부터 공적 마스크를 팔겠다는 공지를 했지만 주민들은 한 시간 전부터 약국 문이 열기 만을 기다렸다. 약사는 주민등록증과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통해 금요일과 토요일에 마스크를 산 적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마스크를 2장씩 내줬다.

인당 마스크 구입가능 수량이 5장에서 2장으로 줄었는데도 공적 마스크는 10분도 안 돼 동이 났다. 인근 다른 약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약사들은 마스크를 사지 못해 발길을 돌린 손님들에게 9일부터 시행되는 ‘5부제’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현장에선 정책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당장 마스크가 급한데 마스크를 살 수 없어 답답하다는 불만이 적잖게 나왔다. 이날 1시간 넘게 줄을 섰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한 주민 박모(53)씨는 “가족들까지 동원해 줄을 섰지만 내 앞에서 떨어졌다”며 “우리 가족은 당장 급한데 마스크가 한 장도 없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운(47)씨는 “나처럼 식당 일을 하는 사람은 마스크 두 장으로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정부가 예상한 대로 ‘마스크 대란’이 잠잠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마스크 수요는 여전히 폭증 추세인데 정부가 확보한 물량은 여전히 수요를 맞추기에 빠듯하기 때문이다.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1,000~1,100만장 수준. 정부는 이 중 80%를 공적 물량으로 내놓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1920~2019년 출생자 중 출생연도 끝자리 2ㆍ7에 태어난 인구는 1,061만여명, 4ㆍ9는 1,042만여 명, 0ㆍ5는 1,029만여 명, 3ㆍ8은 1,025만여 명, 1ㆍ6은 1,024만여 명으로, 모두 1,000만명이 넘는다. 한 명당 1장만 사려 해도 부족한 셈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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