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행당2동 주민센터. 마스크를 쓴 남자가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왼손에 흰 봉투를 꼭 쥐고 들어섰다. 조유진 복지 담당 주무관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맞았다. 뇌병변 장애를 앓아 올해로 14년째 구에서 지원하고 있어 안면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우모(60)씨였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신종 코로나 환자 때문에 지친 간호사들이 시간에 쫓겨 컵라면을 먹는 거예요. 그냥 너무 도와주고 싶어서요.” 선우씨는 어렵게 말문을 연 뒤 조 주무관에게 자신이 들고 온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엔 2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가 한 푼 두 푼 모은 쌈짓돈이었다. 조 주무관은 처음엔 선우씨의 돈을 받지 않았다. 누구보다 그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선우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저도 기초생활수급자로 도움 많이 받았잖아요. 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선우씨는 조 주무관에게 다시 들고 온 봉투를 내밀었다.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분들한테 도움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방송에 나오는 걸 봤다”는 이유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힘쓰는 ‘백의의 천사’를 돕기 위한 선우씨의 따뜻한 마음에 결국 조 주무관은 그의 돈을 받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얼마 전 마장동에 사는 한 주민은 마스크 사는 데 써달라며 300만원을 기부했다”며 “많은 주민이 신종 코로나 관련 기부에 나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부된 성금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기탁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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