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컵라면 먹는 간호사들에게 써 달라” 200만원 기부한 뇌병변장애 기초수급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컵라면 먹는 간호사들에게 써 달라” 200만원 기부한 뇌병변장애 기초수급자

입력
2020.03.08 11:46
수정
2020.03.08 20:04
13면
0 0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선우모씨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행당2동 주민센터를 찾아 200만원을 기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힘쓰고 있는 간호사들을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성동구청 제공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선우모씨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행당2동 주민센터를 찾아 200만원을 기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힘쓰고 있는 간호사들을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성동구청 제공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행당2동 주민센터. 마스크를 쓴 남자가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왼손에 흰 봉투를 꼭 쥐고 들어섰다. 조유진 복지 담당 주무관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맞았다. 뇌병변 장애를 앓아 올해로 14년째 구에서 지원하고 있어 안면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우모(60)씨였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신종 코로나 환자 때문에 지친 간호사들이 시간에 쫓겨 컵라면을 먹는 거예요. 그냥 너무 도와주고 싶어서요.” 선우씨는 어렵게 말문을 연 뒤 조 주무관에게 자신이 들고 온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엔 2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가 한 푼 두 푼 모은 쌈짓돈이었다. 조 주무관은 처음엔 선우씨의 돈을 받지 않았다. 누구보다 그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선우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저도 기초생활수급자로 도움 많이 받았잖아요. 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선우씨는 조 주무관에게 다시 들고 온 봉투를 내밀었다.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분들한테 도움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방송에 나오는 걸 봤다”는 이유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힘쓰는 ‘백의의 천사’를 돕기 위한 선우씨의 따뜻한 마음에 결국 조 주무관은 그의 돈을 받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얼마 전 마장동에 사는 한 주민은 마스크 사는 데 써달라며 300만원을 기부했다”며 “많은 주민이 신종 코로나 관련 기부에 나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부된 성금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기탁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