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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황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존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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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황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존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입력
2020.03.08 08:51
수정
2020.03.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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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2월 4일, 캐딜락이 신형 에스컬레이드를 공개했다. 새롭게 공개된 5세대 에스컬레이드는 이제는 ‘완전히 꽃피운’ GM의 섀시 개발 능력 위에 전통을 지키는 파워트레인,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춘 다양한 기능들을 더해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딜락의 4세대 에스컬레이드를 만나게 됐다. 삼라만상이 그렇듯 태어나면 죽음이 있듯,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한 시대도 이렇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에스컬레이드의 한 세대의 끝에서 이번의 에스컬레이드의 끝이 그저 ‘잊히는 과정’일지 혹은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대한 여러 생각 속에서 주행을 시작했다.

새로운 5세대 에스컬레이드가 더욱 거대한 체격을 품었지만, 4세대 에스컬레이드 역시 도로 위의 그 어떤 존재보다도 ‘체격적인 우위’를 점한다. 여느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5,180mm의 긴 전장을 시작해 각각 2,045mm와 1,900mm의 전고를 갖췄다. 여기에 휠베이스 및 공차중량도 각각 2,946mm와 2,650kg에 이른다.

여전히 대담하고 강렬한 존재

캐딜락이 에스칼라 콘셉트를 선보인 이래로 ‘폭포처럼’ 수직으로 그려진 시그니처 라이팅에 가로의 디테일을 더하고, 더욱 더 스포티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품었으나 4세대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현역’의 디자인을 과시한다. 과거의 캐딜락, 그리고 현재의 캐딜락을 완전히 이어주면서도 ‘매력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담하고 거대한 프론트 그릴, 그리고 그에 맞춰 그려진 단단한 헤드라이트 디테일은 새로운 에스컬레이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에스컬레이드’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을 제시한다. 타 브랜드에 비해 둔중해 보일 수 있지만, 에스컬레이드라는 존재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직선으로 그려진 측면은 긴 전장과 휠베이스에도 불구하고 지루함보다는 ‘경외심’까지 갖게 만든다. 여기에 22인치 크기의 알로이 휠은 ‘플래티넘 트림’ 고유의 화려한 크롬 디테일을 더할 뿐 아니라 전동식 사이드 스텝을 적용해 ‘탑승자에 대한 배려’를 더해 프리미엄 모델의 가치를 전한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여느 캐딜락’의 감성을 확실히 제시한다. 직선으로 그려진 실루엣에 길쭉하게 그려진 블레이드 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그리고 가로로 길게 그려진 크롬 가니시와 대담한 엠블럼을 더해 보는 이를 만족시킨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의 디자인에 더해진 소소한 디테일도 매력적이었으나 4세대 특유의 담담한 대담함 역시 ‘외면하기 힘든 매력’이라는 것은 그 누구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섬세함에 대한 대담함의 의지

전통적으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비롯해 캐딜락의 여러 차량들은 ‘GM 특유의 아쉬운 연출’로 인해 실내 공간의 감각적인 만족감에 있어서 약점이 있던 게 사실이다. GM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고, 새로운 신규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꾸준한 개선을 이뤄내며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은 여전히 소소한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캐딜락이 실내 공간의 연출’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컷&소운 구조를 통해 공간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제트 블랙’만으로 치장되었던 공간을 밝은 갈색으로 연출해 감성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여기에 깔끔한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를 확보한 CUE 시스템을 더하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2열 루프 중앙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하고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센터 콘솔 박스에 냉장고 기능 등이 더해진 것 역시 ‘빠지지 않는 세심함’이라 평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여러 에스컬레이드가 그랬던 것처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1열 공간은 과도할 정도로 넉넉하고 여유롭다. 큰 체격의 운전자와 탑승자가 앉더라도 아쉬움이 없는 넉넉한 체격의 시트를 더하고 레그룸과 헤드룸의 여유를 제시한다. 대신 운전자의 체격을 고려해 ‘페달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해져 그 만족감이 더욱 높다.

넉넉한 체격을 고려한 독립식 시트 두 개를 더한 2열 시트 역시 넉넉한 여유를 제시하고, 시트의 만족감은 상당하다. 여기에 도어 패널에 더해진 수납 공간의 만족감도 충분하다. 다만 에스컬레이드의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는 3열 공간은 내심 아쉽다. 실제 3열 시트에는 탑승의 여유가 조금은 아쉽고, 또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한 모습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적재 공간은 거대한 체격에 비하면 다소 좁게 느껴진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의 SUV의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실제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할 때에는 430L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2열 시트 및 3열 시트를 폴딩할 수 있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461L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V8 엔진과 10단 변속기의 합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핵심은 바로 GM이 자랑하는 파워트레인의 탑재에 있다. GM이 가장 GM 다울 수 있는 V8 엔진을 품은 것이다. 최고 출력 426마력과 62.2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V8 6.2L OHV 구조의 플렉스퓨얼(LT1)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AWD 시스템을 통해 노면으로 전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에스컬레이드는 풍부한 가속력과 고속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복합 기준 6.8km/L의 효율성을 확보했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5.9km/L와 8.5km/L로 중량급, 플래그십 SUV의 존재감을 확연히 제시한다.

시작부터 마지막 방점까지 캐딜락의 선 굵은 존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거대한 체격에 몸을 맡기면 처음에는 ‘부담’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차량이 체격이 크고, 또 드라이빙 포지션을 낮추게 하더라도 ‘여느 차량에 비해’ 충분히 높은 구성을 갖고 있어 에스컬레이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려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적인 감성이 담긴 기어 시프트 레버와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실내 공간에 울려 퍼지는 ‘V8 엔진의 사운드’는 운전자를 다시 한번 움츠리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요소들은 ‘강렬한 매력’으로 승화된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반 템포 정도의 숨 고르기 후에 V8 엔진 사운드를 풍부하게 과시하며 ‘선 굵은’ 가속력을 선사한다. 차량의 공차 중량이 상당히 무거운 편이지만 가속력 자체는 어지간한 고성능 SUV들과 경쟁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힘’은 고속 영역으로 가더라도 거침 없이 이어진다.

게다가 V8 엔진 특유의 리듬감은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엔진 질감보다는 조금 더 거칠고 과격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매드맥스’ 속 워보이들이 ‘V8’을 외치던 심정을 이해하게 만든다.

물론 10단 변속기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엔진의 존재감이 드러나기도 전에 빠르게 변속을 이어가고, 또 변속 상황에서도 무척이나 부드럽고 매끄럽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강렬한 퍼포먼스보다는 매끄럽고 세련된 부분에서의 높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차량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또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어느 순간부터는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달리게 되는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다.

플래그십 세단의 길이, 성인 남성보다 큰 키에 2.6톤을 웃도는 둔중한 체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사실 그 움직임의 연출에 있어서 ‘진중’ 혹은 ‘안정적’인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캐딜락 특유의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제시한다.

견고하고, 또 직관적인 조작성을 보유하고 있어 차량 움직임에 대한 적응을 마친다면 꽤나 빠른 템포로 주행을 이어가게 된다. 무게 중심이나 차체 무게로 인해 ATS나 CTS 수준의 움직임을 연출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분명 ‘체격보다 더욱 경쾌한’ 움직임을 구현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캐딜락 최고의 자랑, 그리고 현존하는 양산 브랜드의 서스펜션 조율 시스템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 위를 여유롭게 달리기보다는 ‘스포츠 모드’를 기반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주행을 즐기는 것이 더욱 에스컬레이드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주행을 위해 선점돼야 할 ‘넓은 시야’ 역시 완벽하다. 체격에서 누리게 되는 넓은 전방 및 측방 시야는 물론이고 캐딜락 특유의 리어 뷰 카메라 미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어 뷰 카메라 미러는 일반 룸미러의 300% 수준의 후방 시야를 탑승자나 적재물의 수량 및 부피에 관여 받지 않고 만족스러운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적응을 마치고 나면 더욱 높은 만족감을 누리게 된다.

좋은 점: 압도적인 존재감, 강렬하고 주도적인 드라이빙의 매력

아쉬운 점: 동급에서 다소 아쉬운 마감, 그리고 한 시대의 끝

빛나는 황혼으로 방점을 찍다

4세대의 방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고 5세대의 데뷔가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에스컬레이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확실히 제시했다. 도로 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제시하고, 자신만의 길을 굳건히 걸었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조용한 퇴장이 아닌 ‘죽음을 앞둔 별’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과시하며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한 시대의 끝, 그리고 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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