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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백 절박... 온라인 '홈러닝' 대구에 무상 제공" 박기석 회장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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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백 절박... 온라인 '홈러닝' 대구에 무상 제공" 박기석 회장의 기부

입력
2020.03.09 03: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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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통한 콘텐츠ㆍ원격 교육으로... 사업 확장 대신 사회공헌 나서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아이스크림에듀 본사에서 교사와 학생 간 화상 학습이 시연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아이스크림에듀 본사에서 교사와 학생 간 화상 학습이 시연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던 지난달 말 홈러닝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육기업 ‘아이스크림에듀’ 개발팀에 특명이 떨어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이어 초중고교 개학까지 줄줄이 연기되고 공공 교육ㆍ돌봄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진 가운데, 온라인 교육사업 분야에서 공백을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자 컴퓨터 기반의 ‘홈런 온라인 긴급 돌봄(home-learn-onschool.co.kr)’ 플랫폼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스마트기기가 없더라도 개인용 컴퓨터로 홈러닝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개발과 동시에 무료 운용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계가 때아닌 호황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스마트기기 ‘아이스크림 홈런’을 통해 온오프 라인으로 가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스크림에듀는 국가적 재난을 사업확장의 계기로 삼을 생각이 애당초 없었다. 5일 서울 강남구 아이스크림에듀 본사에서 만난 박기석(72) 회장은 “아이들의 학교 공부 등을 보조하는 콘텐츠와 시스템이 최근 같은 재난 상황에선 교육ㆍ돌봄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로 고민이 적지 않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무료 서비스로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온라인 교육사업의 사회공헌을 생각한 것은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서 확산하던 지난달 초.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교 교사가 회사로 보낸 한 통의 이메일이 박 회장을 움직였다. 중국 곳곳에 휴교령이 내려진 가운데 한국인 학생 300명이 장기간 교육 공백을 겪고 있다는 절박한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홈 러닝 학습기를 지원해 달라”는 조심스러운 부탁도 함께였다. 박 회장은 메일을 확인한 즉시 “큰 고민 없이 기기 300대를 보냈다”고 했다.

중국으로 기기를 보낸 직후 박 회장은 국내로 눈을 돌렸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며 전국 학교의 개학이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먼저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 지역 의료진과 맞벌이 부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기기 1,000대와 콘텐츠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기 1대(50만원 상당)와 콘텐츠를 제공 받으려면 매달 9만9,000원을 내야 하지만, 박 회장은 사태가 안정화 될 때까지 기기와 콘텐츠 모두를 무상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회장은 “앞선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환경이 좋지 않은 대구 파견 의료진 자녀들과 맞벌이 부부를 우선 순위로 두고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에듀 본사에서 박기석 회장이 대구 학생 1,000명에게 보낼 스마트기기 ‘이아스크림 홈런’을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에듀 본사에서 박기석 회장이 대구 학생 1,000명에게 보낼 스마트기기 ‘이아스크림 홈런’을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4일 아이스크림에듀 홈페이지에 무료 서비스 공고가 나간 뒤 대구 지역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겁다. 신청 하루만에 300여명의 대구 학부모들이 지원서를 냈다. 박 회장은 “우선은 1,000대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딱한 사정이 있는 학부모들이 더 있다면 외면하진 못할 것”이라며 웃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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