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방문 땐 “거짓 연출” 항의 나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만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됨에 따라 방역 대응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6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이 조만간 우한을 방문해 코로나19 예방통제 업무를 시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10일과 이달 2일 베이징 내 의료시설과 연구기관 등을 방문했지만 그 외 일선 현장을 찾아 방역 관련 공개활동을 한 적은 없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최근 후베이성 신규 확진자 수가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이번에 시 주석이 진원지 우한을 찾으면 사실상 코로나19에 대항한 ‘인민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다만 정확한 방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소식통은 “중앙당국이 코로나19가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확산세가 어느 정도 완화된 후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한의 코로나19 대응 현장을 차례로 들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시 주석은 가장 먼저 코로나19 지정 의료시설인 진인탄 병원을 시찰할 것”이라며 “이번에 긴급히 만든 훠선산 병원과 레이선산 병원도 일정에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과학원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와 코로나19 피해가 큰 바이부팅 주거지역도 계획에 포함돼있지만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당국이 경찰이나 공무원 주거지를 택할 수 있다”고 했다.
명보는 실제로 전날 쑨춘란(孫春蘭) 부총리의 우한 주거지역 시찰 도중 주민들이 “거짓이다”라고 외치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의 공식 위챗 계정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주민들이 주거지역 관리회사가 야채와 고기를 배달해주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매체가 중국 지도부 시찰 과정에서 주민 항의가 나온 것을 공식 확인한 건 드문 경우다.
우한시 정부는 최근 돼지고기를 적정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시민들이 살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한시 지역 간부들과 관리회사가 쑨 부총리 시찰에 맞춰 상황을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명보는 쑨 부총리가 즉시 해당 사안에 대한 지시를 조사하고 형식주의ㆍ관료주의 근절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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