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0곳 밀집ㆍ신천지 포교 활발…무증상 20ㆍ30대 감염 많아
대구와 경북 청도에 이어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경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대구처럼 초기에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출석한 신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졌다면, 이들과 접촉해 감염된 확진자들로 지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산시청 공무원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아 A씨와 접촉한 경산시부시장과 경산시의회의장, 공무원 등 41명이 자가 격리되는 등 경산시가 발칵 뒤집혔다. A씨는 경산지역 한 읍사무소에 근무했지만, 집은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대구 남구였다. 경산은 주민등록인구가 약 27만 명이지만, A씨처럼 대구에 적을 두고 경산으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인원이 하루 약 13만 명이다. 대구지하철 2호선이 경산 도심을 가로지르고,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 반월당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면 경산 영남대역까지 30분만에 도착한다. 행정구역상 경북이지만, 주민들 생활권은 대구다. 오는 4ㆍ15 총선 예비후보자들이 ‘대구ㆍ경산 통합’을 공약으로 낼 만큼 두 도시는 밀접하다.
경산지역 첫 확진자의 감염경로도 신천지 대구교회다. 지난달 19일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 2명은 모두 신천지 신자였다. 확진자 3분의2 이상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돼 있다. 6일 경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확진자 404명 가운데 신천지 교회 관련이 274명(67.9%)으로 가장 많고, 확진자 접촉 75명(18.6%), 지역감염 51%(12.6%), 조사중 4명이다. 경산시청을 발칵 뒤집은 공무원 A씨도 뒤늦게 신천지 신자로 밝혀졌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경산시 환자 가운데 신천지교회 신도와 관련한 감염이 60% 이상으로 분석됐다”며 “대구와 인접한 곳이라 2차 감염을 통한 소규모 시설 집단 발병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산은 다른 도시에는 하나도 없는 대학이 10개나 몰려 있는 학원도시다. 신천지의 주요 포교 대상인 20대가 많다. 신천지 관련 확진자 중 20ㆍ30대가 35%가량이다. 신천지는 취업난 등으로 심리적 압박감이 심한 20ㆍ30대를 대상으로 삼아 대학가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포교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자들과 달리 20대는 감염돼도 증세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처럼 무증상에 가까운 20ㆍ30대 감염자가 많은 점도 빠른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강재명 포항성모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확진 판정을 받아도 젊고 건강할수록 가벼운 감기를 앓듯 지나간다”며 “증세가 없어 자신이 감염된 줄 모르는 20대가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의 가족이나 주변에 빨리 퍼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새 학기가 시작됐다면 학생들로 북적여야 할 경산지역 대학가는 인적조차 드문 유령도시가 돼 가고 있다. 10개 대학 모두 16일로 개강을 연기했고,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등 학생이 모일 만한 곳은 전부 폐쇄했다. 중국 유학생들마저 기숙사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감염이 늘어 비상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노인생활시설 7곳에서 누적 확진자가 30명에 달한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정부에서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뒤 강력한 방역을 실시하는 등 감염 확산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며 “경산시도 11개 협업팀을 꾸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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