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급 아닌 원가 저렴한 치과용… 조달청 “업체 차별 없다”
치과 재료 도소매상 ‘이덴트’가 정부의 ‘가격 후려치기’로 마스크 생산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덴트 측은 조달청이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덴트가 생산하는 치과용 마스크 원가는 보건용 마스크(KF80ㆍ94)의 10% 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달청에는 불합리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6일 이덴트에 따르면 신선숙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에 마스크 생산을 중단하는 내용의 공지를 게재했다. 신 대표는 “중국산 마스크와 생산단가를 비교할 수 없음에도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 50%만 인정해주겠다고 통보하고 하루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수량을 공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 마스크를 생산해야 하는 이유가 없으며, 현재 의욕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덴트는 하루 1만장 규모였던 마스크 생산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1만4,400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직원들을 주말 없이 연장근무를 시켜왔다.
앞서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일환으로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판매처 공급 비율을 50%에서 80%로 높이고, 마스크 판매처를 일괄 지정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정부에서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료기관(치과의원)에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했다”며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고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덴트가 생산하는 마스크는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 방지용으로 권장하는 보건용 마스크인 ‘KF’급과 다르다. 얇은 부직포 2장으로 된 치과용(의료용) 마스크로, 착용자의 코, 입 등에서 나온 비말을 진료도중 환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용도다. 필터가 없어 바이러스 차단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생산 원가도 20~40원에 불과해 KF급 마스크(300~800원)와 많게는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마스크 공급 부족 사태 영향으로, 정부가 공급중인 KF 마스크처럼 장당 1,000원 이상 판매되고 있다. 이덴트 입장에선 정부에 납품하면 현재 시장 가격에 판매가 어려워 그만큼 손해를 보는 셈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 이덴트를 제외한 대부분 마스크 생산업체들과 계약을 끝낸 상태인데, 이덴트에 원가의 50%만 보장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이텐트에서 제조한 마스크는 의료 종사자들에게 공급할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덴트 측은 홈페이지에 ‘생산중단’ 공지 대신 ‘6월 30일까지 마스크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려놓은 상태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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