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 표결 결과 부결된 것입니다.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앞서 여야가 통과를 합의한 법안이라 무난히 통과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 밖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그간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모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본회의 당일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정무위서 ‘케이뱅크 특혜’ 논란…금소법과 패키지 합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두고 주목해야 할 건 ‘쟁점’입니다. 국회에선 개정안이 ‘케이뱅크 특혜 법안’ 이냐 아니냐를 두고 지난해 1년 동안 설전이 오갔습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이를 개정안에서는 삭제했고, 이로 인해 ‘케이뱅크’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기 때문입니다. 현재 케이뱅크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로 올라서지 못해, 자본금 확충을 하지 못해 영업을 거의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선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패키지 딜’ 진행됩니다. 정부 여당이 꼭 통과시키고 싶어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를 야당이 돕는 대신, 여당도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어렵사리 정무위 문턱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가게 됐습니다.
◇법사위서도 ‘패키지 합의’로 반대 넘어서
하지만 법사위에서도 순탄치 않은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1월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채이배 민생당(당시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케이뱅크 특혜법”이라 주장하며 통과를 반대했습니다. 이에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정무위에서 여야가 금소법과 묶어 통과한 것을 고려해, 다시 정무위로 내려 보내지 않고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켰습니다. 당연히 패키지로 묶인 금소법 또한 이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국회에선 묘한 기류 변화가 일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금소법마저 통과하지 못할 위기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소법은 개정안이 아닌 법을 처음 만드는 ‘제정안’이기 때문에 이번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안이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만들어 도전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을 겪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필요해진 만큼,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에겐 금소법 발목을 잡았다는 부담이 생겨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한 국회 관계자는 “채이배 의원이 전체회의 전에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걸로 마무리 짓고, 전체회의에선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걸로 정리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일 다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금소법이 논의 순서가 먼저였는데 금소법이 통과된 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어떤 의원도 토론에 나서지 않고 통과됐습니다.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가 변수였다
이렇게 본회의 전 마지막 단계인 법사위에서 반대 의견을 정리하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는 무난하게 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변수는 또 있었습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총회’였습니다.
의원 총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케이뱅크 특혜법이므로 통과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때 이 법안을 통과시킨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 회의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박 의원 설명에 설득된 의원들이 꽤 있는 걸로 안다”며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없어 패키지 합의 등에 대해선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 본회의 투표 결과, 재석 184명에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부결됐습니다. 반대표 중 상당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알아본 바로는 통과 저지가 총회에서 당론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며 “의원 개개인들이 법안에 대해 판단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본회의 이후 “의원 개개인의 소신투표가 만들어낸 결과지만 본회의 진행에 혼선이 일어난 것은 미안하다”며 “정무위원회 간사 간 약속인 법안 처리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결론적으로 유감스럽다”고 의도치 않은 결과가 벌어졌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금소법은 법사위 때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보다 먼저 상정돼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 반대 0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습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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