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재고 확보, 대체 가능해 큰 영향 없어”
중국, 일본과 함께 원료의약품 최대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가 자국에서 제조하는 원료의약품 26가지에 대해 수출을 금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자국 내에 이들 원료의약품을 비축해 두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인도 상공부는 지난 1일 26개 원료의약품의 수출을 별도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제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도 정부가 명확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국내외 제약업계는 코로나19 확산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인도 의약품수출촉진협의회 디네슈 두아 회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바이러스(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지면 일부 물질들이 향후 몇 개월 안에 부족해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은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효성분이나 첨가제 등의 화학물질을 뜻한다. 이번 26가지 품목에는 해열제 성분인 파라세타몰, 피부질환 치료용 항바이러스 성분 아시클로버, 항생제 성분 네오마이신, 항균제 성분 티니다졸, 호르몬제 성분 프로게스테론, 비타민B1과 B6, B12 등이 포함돼 있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 제약시장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주요 공장으로 꼽힌다. 원료의약품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제조하기도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재료를 사용해 원료의약품을 만들기도 한다. 각국은 이렇게 만들어진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완제의약품을 생산한다. 일반적인 제조업처럼 의약품 생산 역시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 인도에서 1억9,556만달러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했다. 인도가 중국(6억7,808만6,000달러)과 일본(3억336만달러)에 이은 우리나라의 3위 원료의약품 수입국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인도의 이번 조치가 국내 원료의약품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가 수출을 제한한 26가지 원료의약품이 대부분 다른 공급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품목이라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원료의약품 재고를 이미 확보하고 있고, 단일 공급처에서만 받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이번 조치가 혹시 장기화하거나 확대되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만약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이 인도에서 다른 생산국들로 급속히 퍼질 경우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완제의약품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원료의약품과 관련해 국내에서 당장 피해가 접수된 기업은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원료의약품 추가 재고 확보나 다른 공급선을 통한 대체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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