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미디어 파사드 작품 만든 동의대 손국환 교수와 학생들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서울 롯데월드타워. 거대한 이 빌딩 외벽에는 지난달 중순부터 밤마다 유령을 상징하는 가면과 장미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음산한 분위기 속에 한국의 하회탈이 웃으며 지나가고, 그 뒤로 ‘스마일(SMILE) 2020’, ‘해피(HAPPY) 2020’ 문구가 교차한다. ‘스마일 2020 해피 2020’으로 이름 붙여진 공공예술 프로젝트 차원의 작품으로, 부산 동의대 디지털콘텐츠학과의 손국환(46) 교수와 그의 제자 권채은, 조정민, 최현정 학생이 빌딩 외벽을 스크린 삼아 만든 미디어 파사드다.
알쏭달쏭한 작품 의미에 대해 손 교수는 “누구나 사회 생활하면서 ‘가면’ 하나쯤 쓰고 있지 않냐”는 답이 단박에 돌아왔다. “2020년에는 모두가 그 가면을 벗고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올 한해 웃음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올해 사회 초년생들의 바람도 함께 담겼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미디어 파사드는 매일 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매시 정각과 30분에 약 10분씩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수놓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했다는 점. 손 교수의 지도를 받은 학생 세 명이 기획단계서부터 깊숙이 참여했다. 손 교수는 “학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국내의 유명 건물들을 대상으로 제안을 했는데 롯데물산 측에서 받아들인 것”이라며 “학생들의 작품이 여기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만도 또 다른 기록”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6년 말에 완공된 이 빌딩 외벽에는 여러 차례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 연출됐지만 모두 세계 유명 작가들의 것이었다.
높이 555m, 123층의 빌딩 외벽을 캔버스 삼았던 만큼 작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손 교수는 “영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지 지점을 찾고, 또 색과 그래픽을 조정해서 가장 잘 보이도록 하는 조망점 분석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손 교수는 부산과 서울을 수시로 오가며 한달 동안 이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작품을 만든 뒤에도 수정하고 보정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오롯이 제자들 덕분. 손 교수는 “손 그림을 잘 그리는 채은 학생, 3D와 2D 그래픽에 각각 강한 정민, 현정 학생간의 팀웍이 결정적이었다”며 “고된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이번 작업으로 그들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꿈은 광고, 방송을 위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요즘 각광받는 직업 중의 하나다.
외벽 표출 전에 거쳐야 하는 심의 과정에 서울시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받은 도움도 컸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제작사 에스앤코는 학생들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가면과 장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손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학교 측에서도 작업 공간과 장비 지원이 없었다는 이번 일이 가능했을까 싶다”며 “학생들은 작품 하나를 위해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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