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5의거기념사업회 김장희 회장
4ㆍ19혁명 도화선 역할…유공자는 4ㆍ19혁명에 포함
‘3ㆍ15’명칭조차 없어…독자 보상법률안 제정 시급
코로나19에 60주년 행사 취소…뮤지컬 등 다양한 행사로 기릴 것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 정의를 위해 저항했던 그날의 함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1960년 자유당 정권의 3ㆍ15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났던 3ㆍ15의거가 오는 15일 60돌을 맞는다. 4ㆍ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에 따라 지난 2010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됐지만, 의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김장희(66) 사단법인 3ㆍ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의거 주역세대들이 맡아오던 회장직을 계승세대로는 처음으로 지난 2018년 맡았다. 6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한 그를 9일 마산시 양덕동 3ㆍ15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김 회장이 보는 3ㆍ15의거의 의미는 ‘최초의 유혈 민주화 운동’, ‘4ㆍ19혁명의 도화선’과 같은 관용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회장은 “당시 국민들은 미국의 구호 물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나라를 이끌어야 할 정치는 부패와 부정, 불의의 대명사였다”며 “3ㆍ15의거는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의 나라를 3만달러로 반열에 올려 놓은 첫 항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3ㆍ15의거 당시 실종된 고고생 김주열 열사가 28일만이던 4월 11일,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면서 2차 의거가 일어났고, 전국으로 번진 이 시위는 훗날 4ㆍ19혁명으로 명명됐다.
한국 정치와 사회에 변혁의 물결을 일으킨 3ㆍ15의거이지만,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거의 역사적 위상과 법률적 지위가 미흡하다는 것도 그가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그랬던 3ㆍ15의거이지만,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4ㆍ19혁명에 예속됐다”며 “그 탓에 유족회 등 관련 단체가 4ㆍ19혁명희생자 유족회 경남지부, 4ㆍ19민주혁명회 경남지부 등 모두 ‘4ㆍ19혁명’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그 때문에 아직도 많은 분이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만큼 그에 걸맞게 역사적 재평가를 통해 법적 독립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6월 미래통합당 이주영 의원이 ‘3ㆍ15의거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현재 61명이 4ㆍ19혁명 국가유공자로 인정 받았지만 최초 의거 당시 시위 참가 학생이 8개고교 5,000여명에 달하고 시민 등 시위대 규모가 7만~8만명에 이른다”며 “국가 유공자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상자 200여명, 사망 12명 등 공식 수치가 있지만 “연좌제로 피해를 볼까 봐 부상을 당하고도 숨어 지내온 의인들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분들이 이제 여든을 내다보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명예를 회복시켜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법률안의 차기 국회 통과를 위해 4ㆍ15총선 후보들을 접촉하며 공약에 반영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가 2년 동안 준비해온 60주년 기념사업도 영향을 끼쳤다. 정부 주도로 개최 예정이던 기념식이 단출한 추모제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념사업회는 상황을 봐가며 준비한 행사들을 연말까지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3ㆍ15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전국언론인초청 민주역사기행, 3ㆍ15 대음악제, 전국백일장, 문학의 밤, 청소년 문화제, 역사아카데미, 마라톤, 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등이 12월까지 예정돼 있다. 특히, 오는 21~25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는 뮤지컬, ‘3월의 그들’이 오른다. 4월에는 창원에서도 선보인다. 김 회장은 “의거 당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민초들의 항쟁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숭고한 3ㆍ15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행사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글ㆍ사진 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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