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 수급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은 시장원리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으며,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 준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개당 1,000원 내외이던 가격이 몇 배로 뛰었고 그럼에도 시중에서 마스크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한 공급확대에 초점을 두었다. 우선 마스크 생산업체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여 주 52시간 근로제의 적용을 유예하고, 추가고용보조금과 인력 알선 등도 지원 중이다. 생산설비 확충과 노후 설비 개선도 지원하고 마스크 원료인 MB 필터 확보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해외 수출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식약처와 각 시도는 합동단속반을 확대하고 처벌도 강화했다. 시장교란행위를 아예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마스크 가격과 보급을 통제하고 있다. 마스크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공중보건을 위한 공공재라는 사실은 이를 정당화시켜 준다. 80%까지 확대된 공적 판매처로의 의무공급비율이나 공적물량의 매입단가 설정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도 인정했듯이 1,000만 개 정도의 일일 생산만으로는 국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결국 고육책으로 나온 것이 매주 1인당 구매를 2매로 제한하는 소위 ‘구매 5부제’와 중복구매 방지다. 마스크가 1회용이긴 하지만 오염이 심하지 않다면 재활용을 하자는 얘기다. 상황이 긴박한 만큼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마스크 수급은 불안하고 대책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공급확대를 위한 전 방위적인 노력만큼은 인정해 주고 싶다.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응은 주택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스크가 공공재라면 주택은 사유재이며 주택 유형과 위치에 따라 내재적 가치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인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 가격을 임의로 결정한다면 미래의 소비 근간으로 평생 저축해서 집 한 채를 마련한 다수의 사람들은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지원과 같이 공공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결국 주택 수급과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번 정권 들어 19번에 걸친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되었다. 목표는 하나다. 급등하는 주택 가격을 낮추는 것이고, 핵심은 수요 억제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하향조정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을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은 원천적으로 막았다. 보유세를 높여 다주택 소유에 따른 비용도 커졌다. 특정 지역에 대한 수요 억제로 인근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소위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해 버렸다. 자금출처에 대한 조사까지 강화되다 보니 상당한 정도의 현금흐름을 보유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주택매매 시장에 참여하기조차 어려워졌다.
반면, 공급 정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완화시켜 매매공급을 늘릴 순 있겠지만, 주택 총량은 불변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도심 재생사업으로 주택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분명 공급 확대와는 반대다. 최근 주택 시장은 숨죽인 듯 고요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활동 전반이 크게 위축된 측면도 있지만, 수요정책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주택시장에 근접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억눌린 수요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시장은 알고 있지 않을까?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주택 200만호 공급 이후 1990년대 내내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이 안정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만하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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