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구제 특별법 본회의 상정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아 무리 없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법안 내용이 크게 손질된 탓에 피해자 구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의 피해 입증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지금은 피해자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점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수준으로 입증해야 피해를 인정 받을 수 있다. 가해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인과관계 요건이 엄격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피해자는 △살균제에 노출됐고 △노출 이후 질환이 발생했고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여기서 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질환이 생긴 게 아니다’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가 최종 인정된다.
당초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 원안에는 피해자가 노출과 질환 발생만 입증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서 조항인 역학적 상관관계 증명이 신설됐다. 입증 책임을 지나치게 완화하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반영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정부나 기업에서 의료비 등을 지원 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환경부에서 역학적 상관관계를 자동 인정해주기로 했다”며 “상당히 전향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법과 다를 게 없다”고 반발했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역학적 상관관계란 조항이) 당초 특별법을 추진한 취지인 ‘피해자 입증 책임의 전향적 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특조위 관계자는 “배상의 핵심은 어차피 향후 사법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환경부가 역학관계를 인정하고 말고는 크게 의미가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돼도) 사실상 바뀌는 건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개정안에는 피해 질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금은 △폐질환 △유산 등 태아 피해 △천식 등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후유증이 추가됐다. 아울러 현재 ‘구제 급여’(정부 지원)와 ‘구제 계정’(기업 분담금) 등으로 나뉜 피해자 지원체계도 통합기금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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