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우려에 북한이 중국 향해 역으로 국경 통제
지안시, 하루 만에 고지서 회수하고 “사실 아냐” 부인
중국 지방정부가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과의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강가에서 어슬렁대면 총살 당한다”는 고지서를 배포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오지 말라고 중국 측에 경고한 내용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동요가 우려되자 다시 하루 만에 거둬들이는 촌극을 빚었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 칭스진 당국이 주민들에게 4일 배포한 고지서에는 “조선(북한)은 중국에 통보한 내용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방역을 최고수위로 높이고 중국에 대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했다”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총살에 처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구체적인 금지 사례로 압록강에서의 고기 잡이, 쓰레기 투기, 산책, 방목 등을 꼽았다. 또 공안이 24시간 감시할 것이라며 적발될 경우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진다고 적시했다. 지안시는 압록강 건너 북한 자강도와 마주한 곳이다. 중국과 북한의 경비초소는 국경 양편으로 2~4㎞ 거리에 떨어져 있다.
북한이 중국 주민들을 향해 국경을 넘어오지 말라고 위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초 항공ㆍ철도 등 중국과의 이동수단을 모두 봉쇄하며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고립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고지서에 담긴 ‘총살’이라는 표현이 워낙 강경한 탓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를 중심으로 논란이 거세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을 협박하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이 불과 하루 만에 조치를 번복했다. 중국 차이신왕은 5일 “시 당국에서 집집마다 일일이 찾아 다니며 주민들에게 나눠준 고지서를 모두 회수했다”면서 “고지서에 담긴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고지서에는 당국의 직인까지 찍혀있는데도 스스로 내용을 부정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고지서를 회수한 것 자체가 내용이 사실이라는 방증”이라며 당국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주민들의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 보니 뒤늦게 조치에 나선 것”이라며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국경을 통제하라는 북한 측의 요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고지서 자체는 위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