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가면 마스크가 있다. 몇 시간씩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구입 수량 제한도 없다. 공적 판매 제품보다 두세 배 비싸지만 일부 몰지각한 온라인 쇼핑몰 가격에 비하면 그나마 착한 편이다. 다만 유통 과정 등 출처가 불분명하고 판매 점포가 마스크와 전혀 관계 없는 업종인 경우가 많아 왠지 찜찜하다.
어쨌든 전국적인 마스크 품귀 현상에도 불구하고 명동은 여유가 넘친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공적 판매처에 갔다가 발길을 되돌린 지난 28일 명동 일대 점포 진열대엔 개당 2,800원 또는 3,000짜리 마스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공적 판매 물량의 원활한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서서히 팔려나가던 마스크는 결국 3일 동이 나기 시작했다. 몇몇 점포가 큼지막한 가격표를 붙인 상자를 치우고 ‘품절’ 안내문을 내걸었다.
5일 명동에 다시 마스크가 나타났다. 오후 2시경 한 유명 과자 브랜드 매장 앞. 마스크를 쓴 점원이 아무 표시도 없는 박스 10여개를 점포 앞에 쌓아 두고 개당 4,000원에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지나가다 마스크를 본 시민들이 금새 주위로 몰렸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구입 수량에 제한이 없는 듯 한 사람이 열 개짜리 서너 묶음을 들고 가기도 했다.
마스크 판매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하자 점원은 박스를 모두 점포 안으로 들여 놓기 시작했다.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던 시민은 점원을 향해 “(명동 입구 쪽을 가리키며) 거긴 마스크 하나에 2,200원에 판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물건이 이렇게 차이가 나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현행법상 의약외품인 보건용 마스크는 판매 자격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요즘처럼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비등한 틈을 타 이익을 챙기는 상인이나 업체가 적지 않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것 자체로 법적인 문제를 삼을 수 없으나 도덕적 양심에 배치하는 행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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