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부제 도입” 보고하자 정 총리 “줄 서는 불편 더 줄여야”
이달 9일부터 시행되는 ‘마스크 구매 5부제’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5일 임시국무회의에서 ‘홀짝제’, 다시 말해 ‘마스크 구매 2부제’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하자,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불편을 더 줄여야 한다”며 5부제를 깜짝 제안했다는 전언이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5일 오전 8시 30분 임시국무회의를 마친 뒤, 오전 9시 30분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브리핑 시점이 돌연 오후로 미뤄졌다. 국무회의가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진 탓이었다. 정 총리는 국무회의를 잠시 멈추고, 오전 10시에 잡혀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회의에 참석했다. 중안본 회의에서 정 총리는 “조금 전 제가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한 보완 대책을 논의하다가, 논의가 끝나지 않아서 잠시 정회를 한 상태”라고 공개했다.
국무회의가 길어진 건 ‘마스크 구매 방법’을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마스크 구매 5부제가 나은가, 홀짝제가 더 나은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주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출생연도가 짝수면, 짝수일에, 홀수면 홀수일에 구매한다’는 2부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예고했으나, 실제 발표 땐 10개의 출생연도 끝자리를 월~금요일에 2개씩 배분한다는 5부제로 바뀌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반경에 추가 논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스크 2부제 관련 보고를 들은 정 총리는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스크 5부제를 직접 꺼내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홀짝제를 시행할 경우, 주 초반인 월ㆍ화요일에 구매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일에 수요가 몰릴 경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장면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인사는 “정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서 코로나19 대응 현장을 챙기던 정 총리는 이날 중안본 회의를 마친 뒤 서울로 일시 상경했다.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 국회 제출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서다. 정 총리는 연설에서 “추경안은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 대응 역량 강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ㆍ소상공인 피해 최소화, 민생안정과 지역 경제회복 지원에 중점을 뒀다. 특히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ㆍ경북에 예산ㆍ자원을 집중 투여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다음날 다시 대구로 향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부터 대구에 체류 중인 정 총리는 매일같이 현장을 찾으며 사태 조기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엔 영남대를 방문해 중국인 유학생 보호ㆍ관리 현황을 점검했고, 28일엔 국군대구병원을 찾아 확진자 수용 준비 상황을 확인했고, 마스크 및 원자재 제조업체와 판매점도 수 차례 방문했다. 주요 현안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부처간 이해관계 탓에 쉽사리 결정이 어려운 사안은 직접 전화를 걸어 조율한다는 전언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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