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靑 비난’ 담화 다음날 친서… 文 답장
靑 “한반도 정세 진솔하게”... 남북 해빙 물꼬 촉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위로의 뜻을 담은 친서를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이날 보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친서에서 한반도 정세 관련 입장을 밝혔고, 문 대통령을 변함없이 신뢰한다는 뜻도 담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ㆍ남북관계 해빙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어제(4일) 친서를 보내왔다”며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 또한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사태 위로 메시지를 전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우의와 신뢰, 한반도 정세를 언급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가능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2018년 12월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2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 의지까지 당시 친서에 담았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자 2019년 말을 시한으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남측을 향해서는 냉소적 태도로 일관하며 한반도 안보 긴장도를 높여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김 위원장 초청 친서를 보냈지만 호응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으로 교착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침묵했다. 게다가 2일 단거리 발사체 도발, 3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청와대 비난 담화 발표로 잇따라 긴장을 고조시킨 상황에서 깜짝 친서를 보낸 것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오랜 침묵을 깬 만큼 이번 친서 교환으로 남북 대화 재개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당장 문 대통령이 지난 3ㆍ1절 기념사에서 제안한 ‘남북 보건분야 공동협력’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도 코로나19 방역에 비상인 만큼 남북협력 가능성은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별도 채널에서 따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은 계속 평화를 추구하고 있고 서로 간에 이런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 일환에서 이런 친서 교환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미국 대선 국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북미대화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한계는 여전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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