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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야산서 발견된 둘레 400m 고려 성곽 용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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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야산서 발견된 둘레 400m 고려 성곽 용도는?

입력
2020.03.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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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에 왜구 침략 기록… 해안 방어용인 듯

경북 영덕 양성리 유적에서 흔적이 발견된 고려 성곽 전경.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경북 영덕 양성리 유적에서 흔적이 발견된 고려 성곽 전경.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경북 영덕에서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곽이 발견됐다. 동해안에서 출몰하는 왜구를 감시ㆍ방어하기 위한 시설 같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흙과 돌을 섞어 쌓은 고려 방어 시설의 흔적이 동해안에서 확인된 건 처음이다.

매장 문화재 조사 기관인 성림문화재연구원은 고속국도 제65호선 포항ㆍ영덕 간 건설 공사 지역 내 양성리 유적을 발굴한 결과 고려 목책(木柵ㆍ말뚝을 울처럼 두른 형태) 성곽과 건물터, 배수 시설을 찾아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양성리 성곽은 바닷가에서 서쪽으로 1㎞가량 떨어진 해발 56m 높이 야산의 정상부에 축조됐다. 성곽 둘레 약 400m, 내부 면적 1만㎡가량 규모다. 직경은 동서 110m, 남북 100m다. 연구원 관계자는 “일반 성곽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라 중요 거점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한 보루(堡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덕 양성리 성곽 유적 분포도.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영덕 양성리 성곽 유적 분포도.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양성리 성곽은 동해안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고려시대 토석혼축(흙과 돌을 섞어 쌓음) 목책 성곽이다. 전반적으로 정상부 아래쪽을 따라 원형으로 돌아가며 땅을 파고 성벽을 두른 테뫼식 성곽인데, 계곡을 감싸는 형태로 성벽을 쌓은 포곡식(包谷式) 구조도 섞여 있다.

토석혼축 방식으로 만들어진 성벽은 현재 높이 2.6m, 너비 7m 정도가 남아 있다. 성 안쪽 내벽은 땅을 별도로 굴착하지 않고 자연 지형에 30∼50㎝가량의 산돌과 냇돌을 3~5단 정도 들여 쌓아 경사지게 만들었다. 지대가 낮은 아래쪽 외벽은 원래 지형 일부분을 수직으로 자른 뒤 바깥쪽으로 산돌과 냇돌을 쌓고 그 안쪽으로 점토와 모래가 섞인 흙을 20차례 이상 엇갈리도록 층층이 다져 올렸다. 성곽 남쪽과 남동쪽 성벽의 외부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4.2~4.7m 간격으로 편평한 냇돌을 뒀는데, 냇돌은 목책 기둥을 놓기 위한 시설로 짐작됐다.

양성리 성곽인 언급된 옛 문헌은 없다. 그러나 고려 후기 왜구가 동해안에 있는 강릉부와 영덕현, 덕원현, 삼척현 등을 침략했다는 ‘고려사’ 기록을 감안할 때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해안가 조망이 유리한 곳에 축조한 해안 방어 시설이었으리라는 게 연구원 판단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유물은 고려시대 기와와 자기가 주로 출토됐다”며 “조선시대 유물이 나오지 않는 사실로 미뤄 고려시대에 사용하다 폐기된 듯하다”고 했다.

영덕 양성리 성곽에서 발굴된 유물.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영덕 양성리 성곽에서 발굴된 유물.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연구원은 성곽 내 건물의 배치와 독특한 성벽 축조 기법 등을 볼 때 양성리 성곽인 당시 성곽 축조 방법과 구조 변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거라고 평가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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