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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때문에 공연 하지만… 관객 없어 막막해요” 코로나가 덮친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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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때문에 공연 하지만… 관객 없어 막막해요” 코로나가 덮친 대학로

입력
2020.03.06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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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극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극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안전불감증 아니냐’ ‘그러다 공연장에서 감염되면 책임질 거냐’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고, 관객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고 있어요. 저희도 무서워요.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번 달 서울 대학로 무대에 신작을 올리는 공연 기획자 A씨가 긴 한숨 끝에 내놓은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ㆍ공립 공연장이 문을 닫았다. 조기 폐막, 개막 연기, 공연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A씨는 그 와중에도 공연 강행을 결정했다.

욕 먹을 게 뻔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예매를 취소하는 관객에겐 수수료 없이 즉각 환불도 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공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금 같지 않을 때 대관료, 배우ㆍ스태프 인건비, 무대 세트 비용 등을 이미 지불했기 때문이다. A씨는 “총제작비 3억원 중 절반 이상을 투입했기 때문에 개막을 미루거나 취소하면 손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힘겹게 공연을 이어가던 뮤지컬의 연출자 B씨는 결국 공연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제작비 1억5,000만원을 들였는데, 티켓 수익은 코로나19 확산 뒤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B씨는 “아무리 찾아봐도 비용 줄일 곳은 계약서에 없는 ‘밥값’밖에 없더라”며 “결국 배우와 스태프에게 식사 제공 중단을 공지했는데 밥을 못 챙겨 주고 공연하는 건 공연계에 몸 담은 지 1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연계에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공연을 중단하면 자신에게도 피해지만, 배우와 스태프 모두 일거리를 잃게 된다. 신작 뮤지컬을 준비 중인 제작자 C씨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인데 무작정 개막을 미루면 배우ㆍ스태프의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연 포기 결정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공연을 취소하면 대관료라도 돌려받으면 좋으련만, 극장주들도 대개 임차인이어서 대관료를 쉽게 돌려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극장주는 극장주대로 어렵다. 한 소극장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대관 문의가 뚝 끊겨서 상반기엔 대관 일정이 텅 비어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공연을 강행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개막을 알리는 홍보조차 하기 난감한 처지다.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확진자들이 급증한 이후 관객들은 이미 줄어들 대로 줄었다. 하지만 개막이라도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중소형 작품만 그런 게 아니다. 이름깨나 있다는 대형 상업 뮤지컬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흥행 부진으로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계에선 긴급 투입된 생활자금 대출 지원 외에도 피해자에 맞춘 세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 취소된 공연들이 하반기에라도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공공극장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씨는 이런 공연계를 두고 “마치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긴 것 같은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지원책이 나오기도 전에 공연계 절반은 나가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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