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사태와 한반도 정세 관련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지난해 10월 말 문 대통령 모친상 조의문에 이어 4개월여 만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며 “반드시 이겨 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역시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5일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엊그제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남측을 맹비난했던 김 위원장이 갑자기 유화적 태도를 보낸 속셈을 알기 어렵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유감을 표시한 청와대를 향해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친서 내용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견제를 무릅쓰고 개별 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에 의욕을 내온 우리 정부를 향해 비난만 쏟아내던 태도와도 사뭇 다르다.
북한이 남북협력을 거부하며 대남 비난을 멈추지 않는 한편으로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을 걱정하는 속사정이 무엇이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지난해 말 북미회담 중단 선언 뒤에도 여전히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부부장의 3일 담화도 뜯어보면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다만 군사훈련에 대한 간섭을 험하지만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번 친서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가 살아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다행스럽다.
북미회담과 남북협력을 계기로 기대에 부풀었던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노딜 이후 상당 기간 멈춰서 있다. 2년여 이어진 한반도 평화가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평창올림픽에 참석한 김여정이 당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고 싶다. 이번 친서 교환을 계기로 남북 모두 한시가 급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보건 분야 협력을 끌어내 남북관계에 다시 온기가 돌게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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