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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신산업이라도 ‘대주주 공정성’ 예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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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신산업이라도 ‘대주주 공정성’ 예외는 없었다

입력
2020.03.06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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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해 입법이 유력시되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예상을 뒤엎고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미래 신산업 발전을 위해 기존 산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일부 면제해주자’는 취지의 법안이 국회의원 다수의 ‘소신투표’로 무산된 셈이다. 개정안의 당사자였던 케이뱅크는 물론, 향후 ‘테크핀(ICT기업 주도 금융업)’ 시대 금융산업 인허가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케이뱅크 법, 예상 밖 부결

5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부결시켰다.

지난해 5월 발의된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을 제외한 나머지 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KT가 대주주 자격을 얻지 못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사실상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날 본회의장에선 “금융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는 찬성 의견과 “인터넷은행법은 혁신 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불법을 저지른 기업(KT)에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다(박용진 민주당 의원)”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찬반토론 후 표결에서 여당을 포함해 민주통합당과 정의당까지 다수 의원들이 반대 논리에 손을 들어주거나 기권하면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해 무난히 본회의 통과가 점쳐졌지만, 이례적으로 부결된 것이다.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 찬반 논리-김문중 기자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 찬반 논리-김문중 기자

◇엇갈리는 시각

이번 부결은 국회의원들의 일회성 돌발 행동 차원을 넘어, ‘미래 먹거리 산업 역시 원칙에서 어긋날 경우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정서가 국회에 여전히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간 신산업과 기존 규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경우, 관련 업계는 대체로 “신산업 발전을 위해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인터넷은행도 앞서 국회가 금융산업 혁신과 발전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은행 지분의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인정(인터넷은행 특례법)하며 고삐를 풀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회는 신산업이라 해도 대주주 결격 사유까지 완화하는 것은 인터넷은행 활성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미래산업이라도 원칙을 넘어서는 예외’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반대편에서는 정치권이 혁신의 현실을 무시한 채, 지나친 규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터넷은행에 투자하는 기업은 대부분 IT 산업자본인데, 이들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기존 금융사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국내에 규제가 많아 네이버가 자회사(라인 파이낸셜)를 통해 일본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테크핀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은 금융 후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개정안 부결로 지난 1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케이뱅크의 정상화에는 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KT와 케이뱅크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5,9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좌절됐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해 4월부터 주요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고사 위기에 놓인 상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뉴시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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