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과 함께 출범했던 2기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검찰개혁위, 위원장 김남준 변호사)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달 말로 출범 6개월을 맞지만 그간 발표한 권고안 대부분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일 검찰개혁위가 지난해 10월 1일부터 내놓은 14개 권고안을 분석한 결과, 법무부가 실제 법령 등을 개정해 권고안의 일부라도 수용한 경우는 △검찰 직접수사부서 축소(1차 권고안) △법무부 직접 감찰권 확대(2차) △대검찰청 비직제부서 축소(8차) △피조사자 검찰 조사 중 기록할 권리 확대(11차) 등 4개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권고안들은 법무무 정책기획단이 실현 방안을 검토하거나 대검찰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법무부나 대검찰청이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반드시 받아들여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개혁위는 개혁 방안을 마련해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거나 제안하는 일종의 자문기구다. 하지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시 시행령이나 행정규칙을 제ㆍ개정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무ㆍ검찰개혁의 속도를 내자는 당초 취지에 비춰보면, 상당히 저조한 실적이다.
법무부가 검찰개혁위 권고 취지를 거꾸로 정책화한 경우도 있다. 개혁위는 2차 권고안을 통해 법무부의 직접 검찰 범위 확대 및 법무부 감찰관을 검사가 아닌 공무원으로 임명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추 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첫 인사에서 법무부 감찰담당관에는 박은정(48ㆍ사법연수원 29기) 검사가 임명됐다.
검찰의 사건 배당 과정을 투명화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기준위원회 설치’ 방안은 검찰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검사장이 전관예우 차원에서 사건을 배당하거나, 실적 쌓기에 유리한 사건을 특정 검사에게 ‘특혜배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당권자의 재량을 줄이고 객관적 기준을 세워 사건을 배당하자는 게 권고안 취지였다. 권고안이 나온 뒤 검찰개혁위원이던 이탄희 전 판사가 “전관 변호사들이 특정 검사한테 사건을 배당하게 하고 (의뢰인에게) 수천만원씩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대검은 “근거 없는 주장이나 일방적 발언으로 검찰구성원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추미애 장관이 취임한 뒤 권고안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자, 법조계에서는 ‘이제 조국식 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계기로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천명하거나, 검찰 수사권ㆍ기소권 분리 방안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개혁안을 밀어붙이면서 개혁위 권고안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김오수 차관 주재로 권고안 이행을 점검하는 회의가 수 차례 열렸지만, 추 장관 인사청문회와 맞물려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탄희 전 판사와 김용민 변호사 등 개혁위 위원들이 총선에 차출된 점도 개혁위 동력이 떨어진 배경이다. 위원장과 위원 임기가 1년인 검찰개혁위는 추가 위촉을 통해 빈 자리를 채운 뒤 올해 9월 말까지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