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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홍보비 32억 써놓고도… 광주시 ‘깜깜이’ 정보공개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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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홍보비 32억 써놓고도… 광주시 ‘깜깜이’ 정보공개 배짱

입력
2020.03.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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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광주광역시청사 전경
[저작권 한국일보] 광주광역시청사 전경

광주시는 지난해 시정 홍보비로 무려 32억8,300여만원을 썼다. 이 돈은 모두 언론사에 집행됐다. 그러나 이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시가 언론사 홍보비 지출 내역과 해당 언론사명을 꽁꽁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1급 비밀’ 수준의 기밀인 양 시는 매번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정보공개 운영 안내서를 통해 “공개하라”고 해도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 지난달 28일이었다. 시는 언론사 홍보비 세부 지출 내역을 공개해 달라는 A씨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부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A씨는 언론사별 예산 집행 일시와 지원 내역, 해당 부서, 금액 등 세부 예산 집행 내역을 요구했지만 시는 뭉뚱그려 지출 총액만 공개했다. 그 금액이 2018년 7~12월 13억8,885만원, 지난해 32억8,300여만원이다. 이는 방송과 통신, 신문, 잡지 등 4개 매체별로 집행된 예산을 더해 놓은 것이다. 그나마 매체 구분 없이 지출 합계만 공개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셈이다.

시는 이번에도 언론사별 홍보비 집행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건 “제3자(언론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가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이유다. 정부가 “홍보비가 집행된 언론사명은 그 자체로 해당 업체의 경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 명칭이 공개된다고 해서 영업상 지위가 위협받거나 기존의 정당한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가능성도 없다”고 공개 방침을 내렸지만, 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러면서 되레 “언론사들이 비공개를 요청해 왔다”고 핑계까지 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 대상 정보의 일부가 제3자와 관련이 있어서 그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반대 의견이 많아 비공개를 결정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정보공개 여부 결정 과정에서 제3자 의견 수렴은 해당 법률이 정한 8개 비공개 예외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더구나 시는 2014년엔 언론사별 홍보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었다. 시가 자의적 법령해석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시의 이런 막무가내 행태를 두고 일각에선 “홍보비 집행이 시정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사들쪽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언론사명 공개 여부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시가 부분 공개한 언론홍보비 집행 내역은 믿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신뢰하기 어렵다. 시는 지난해 6월 언론사별 홍보비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한 B씨에게 “2018년 7~12월 비엔날레 광고 등 6억8,9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시가 A씨에게 공개한 금액보다 무려 6억9,985만원이나 적은 것이다. 시가 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제발 거짓말을 하려면 손발을 맞춰가며 하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언론홍보비와 관련한 시의 정보공개 행태를 보면 행정의 투명성은 둘째치고 그 책임성마저도 없어 보인다”며 “시는 예산이 사적 용도로 쓰이거나 낭비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정보공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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