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을 점거하고 그곳에서 시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알바노조 조합원들에게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 등 19명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단, 병역 거부로 징역형의 전과가 있던 최모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지만 처벌하지 않고 있다가 2년이 지나면 소송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황씨 등은 2016년 서울 중구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에 들어가 출입문 한 곳을 봉쇄한 뒤 ‘사장 편만 드는 근로감독관 OUT’이라고 기재된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약 1시간20분 동안 민원실을 점거하고 시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 등은 “민원실은 민원 제기를 위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곳이므로 건조물 침입이 아니다”며 “설령 건조물침입이나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고 해도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을 행사한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라도 관리자의 출입금지 내지 제한하는 의사에 반하여 무리하게 건조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정당행위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달성하려는 목적과 사용한 방법이나 수단의 적정성, 침해될 이익과 추구하는 이익 사이의 균형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면이 있는 점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최씨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어 선고유예 판결을 할 수 없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건조물침입죄의 성립,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전국 단위 노동조합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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