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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비례위성정당 문제로 통합당 1당 가능성 점점 높아져”

입력
2020.03.05 20:00
수정
2020.03.06 16:4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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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컨설팅그룹 ‘민’ 박성민 대표의 4ᆞ15 총선전 분석

4ᆞ15 총선, 與 주류세력 교체? 野 반격 교두보 마련?

광장의 국민 분열, 전두환 黨이냐 양김 黨이냐 놓고 격돌한 1985년 2ㆍ12 총선 비견

민주당, 혁신 안 해 패배한 2016년 새누리당과 비슷해

밑바닥 정서는 보수 진영 결집과 문재인 심판론 흐름

선거에선 코로나19 자체보다 이슈를 다루는 태도 더 중요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가 한국일보 김영화 논설위원과 만나 4ㆍ15 총선 전망과 현안을 놓고 대담을 갖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가 한국일보 김영화 논설위원과 만나 4ㆍ15 총선 전망과 현안을 놓고 대담을 갖고 있다. 배우한 기자

4ㆍ15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전은 문재인 정부 3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이자, 조국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진보ㆍ보수로 극명하게 갈라선 가운데 중도가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앞서고 있지만 바닥 민심은 다르다는 게 미래통합당의 주장이다. 실제 역대 총선에서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판세가 유동적이다 못해 격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초반부터 변화가 적지 않다. 사분오열됐던 보수가 통합하고,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지역구에서 1대 1 구도가 만들어졌다. 4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편지를 공개하며 보수 통합 대열에 태극기 세력의 참여를 요구, 선거 변수로 등장했다. 또 통합당 비례위성정당(미래한국당)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게 확인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였던 범여권은 뒤늦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국가 재난이 총선을 관통하는 중이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손꼽히는 정치 컨설턴트다. 30년 이상 선거를 치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여론 지형에 대해 예리한 분석 글을 쓰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인터뷰하고 5일 추가 전화 통화를 통해 4ㆍ15 총선 선거 구도와 주요 현안을 짚어 보고, 최근 변화하고 있는 민심 추이에 대해 들어봤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궁금하다.

“지금 단계에서 어느 쪽의 유불리를 얘기할 수는 없다. 선거에서 이슈는 그 자체보다 이슈를 다루는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는 국가적 재난이 확산되면 정부에 1차 책임을 묻게 돼 있지만 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지나치게 정부를 공격하면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여서 전염병이 확산됐다고 야당 대표가 얘기할 때가 아니다. 여당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역효과가 난다. 누가 더 최선을 다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느냐, 누가 더 국가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지난주(2월 28일 발표)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2%로 전주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앞으로 지지율 전망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정부가 방심하고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다만 외신이 보도한 대로 신천지 신자 전수조사 등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사실이다. 국민이 그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전망하는 것은 이르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치러진다. 총선이 갖는 의미는.

“적폐청산 완성의 마지막 걸림돌이 국회인데, 총선에서 과반을 하면 대한민국 주류 교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구상이다. 반면 일패도지해 낙동강까지 몰린 보수 진영에게 이번 선거는 반격의 교두보를 마련하느냐를 가름할 갈림길이다. 지금은 국민도 광장에서 갈라져 싸우고 있다. 어느 총선도 국민에게 그런 전면적인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전두환 당이냐 양김 당이냐를 놓고 격돌했던 1985년 2ㆍ12 총선 정도가 비견될 정도다.”

-총선 향방을 어떻게 예측하나.

“2016년에는 123(더불어민주당) 대 122(새누리당) 접전으로 끝났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이 과반 152석, 민주통합당이 127석을 했다. 2008년에는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이었다. 지금은 2016년보다는 2012년처럼 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선 2008년 모델로 갈 수도 있다. 어릴 적 줄다리기를 떠올려 보라. 처음에는 거대한 바위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조금 하다 보면 우리가 이기겠다, 아니면 지겠다는 느낌이 온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어느 한쪽으로 확 무너져 버린다. 지금은 여야가 팽팽하지만, 이번 선거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비례위성정당 문제 때문에 미래한국당을 선점한 미래통합당이 의석 수에서 최소 20석 앞선다. ‘비례민주당’을 못 만들면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통합당이 민주당보다 1당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민주당도 위성정당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익이 별로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선 비례대표가 47석이다. 그 중 17석은 기존과 같이 병렬형으로 뽑는다. 그리고 30석을 연동형으로 뽑는다. 병렬형 17석에서도 의석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성정당으로 표를 보내달라고 해도 비례명부 1번에 민주당이 남아 있는 한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시민사회가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가능은 하다. 문제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민주당, 정의당, 민생당 후보가 비례위성정당으로 파견 와서 민주적으로 순번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끝난 다음에는 자기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정의당과 민생당이 동의해 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비례대표 무(無)공천’ 방안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으로 알고 있다.”

-지역 표심은 어떤가.

“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호남 23석을 뺏기고도 1당을 한 건 수도권과 영남에서 선전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대충 봐도 그런 계산이 나온다. 우선 민주당이 호남 28석 가운데 25개를 가져간다고 치자. 하지만 수도권 122석에선 지난번에 82석을 얻었지만 이번엔 70석 넘기가 힘들다. 영남은 65개 선거구인데 민주당이 10석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안 좋아서 5석 정도다. 세 군데 합쳐 100석 정도다. 여기에 후하게 쳐서 강원ㆍ제주 10석 중 7석, 충청 27석 중 15석을 가져간다고 치면 122석이다. 병렬형 비례대표에서 5, 6석 가져온다 해도 130석이 안 된다. 반면 통합당은 영남에서 55석, 수도권에서 50석은 가져간다. 충청에서 12석, 강원ㆍ제주에서 3석을 얻는다면 120석이다. 여기에 연동형 비례대표 20석 더하면 140석이 넘는다. 만약 영남, 충청ㆍ강원, 수도권에서 조금씩만 더 하면 과반이다. 그래서 민주당 사람들조차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1당을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통합당의 과반이 확실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가 4ㆍ15 총선 전망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가 4ㆍ15 총선 전망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여론조사가 민심과 안 맞는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 정당 지지율을 조사해 보면 모든 지역에서 대체로 민주당이 높게 나온다. 하지만 이게 총선 민심을 반영하는 정확한 지표는 아니다. 진중권과 유시민 중에 누구 말을 더 신뢰하느냐, 법무부 장관 추미애와 검찰총장 윤석열 중에 누구를 더 신뢰하느냐고 물었다고 치자. 진중권과 윤석열이 높게 나오는 지역이 있다면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높다 해도 보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이 우세해 보이는 여론조사 흐름이지만, 밑바닥 정서는 빠른 속도로 보수 진영이 결집하면서 문재인 심판론이 작동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유승민의 새로운보수당까지 가세하면서 보수가 외형상 탄핵 이전으로 복원됐다. 보수 통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새누리당 시절 충청 기반의 보수 정당을 통합하면서 지지율이 최대 45%까지 갔다. 지금은 좋게 봐도 25%다. 20%가 떨어져 나갔는데 이들이 중도보수다. 그런 점에서 아직 복원이 안 됐다. 다만 보수가 싫어 떠났던 중도보수가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없거나 어떤 면은 오히려 더 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들키기라도 하면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얘기라도 했는데 이쪽은 인정도 책임도 사과도 안 하더라는 거다. 진중권의 표현대로 정의의 기준 자체를 바꿔 버렸다. 지난해 10월 3일과 10월 9일에 광화문 집회에 자발적으로 나온 인파를 보면서 이 흐름이라면 보수 통합이 충분하지 않아도 중도보수가 투표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수가 단일대오가 됐다. 중도보수 상당수가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보수 혁신은 여전히 제자리다.

“보수 통합은 필요조건이고 혁신은 충분조건이다. 안철수 쪽 사람들도 거의 다 왔으니 필요조건은 어느 정도 갖췄다. 남은 건 혁신이다. 하지만 황교안으로 대변되는 공안검사 식의 이념적 보수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국민이 봤을 때 저 당이 대한민국 국정을 맡으면 새롭게 갈 건가에 대한 의심이 있다. 문제는 혁신하려면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공천하는 걸 보니 놀랄 만한 게 없다. 그게 보수의 숙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두 달 전만 해도 보수 통합이 될 거냐, 박 전 대통령이 분열의 메시지를 낼 거냐라는 불확실성이 있었다면 그 뇌관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남 공천을 앞둔 시점에서 통합당 공관위가 친박 인사들을 컷오프하는 데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본인이 직접 또는 유영하 변호사 같은 대리인을 통해 반복해서 메시지를 내놓으면 중도층이 등을 돌릴 것이다. 또 우리공화당 같은 세력이 통합당 공천 지분을 얻으려 하거나 이에 대해 통합당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 집권 여당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보수세력은 집권 시절 총선이나 대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의 쇼를 엄청나게 했다. 그러다 2016년 총선 때는 아무 것도 안 했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 새누리당은 선거에 졌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그렇다. 아무 것도 안 한다. 우리가 이길 거라는 생각에 청와대 출신 70여명이 대거 총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물도 메시지도 정책도 새로운 게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복귀했지만 지지율이 2%다. 제3 지대가 급격하게 쪼그라든 이유는 무엇인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38석, 유승민의 바른정당이 33석이었지만 그 실험이 다 실패했다. 그 둘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손학규까지 합쳤지만 싸우기만 했다. 지금 제3당의 공간은 거의 없다. 이건 노선의 문제 이전에 리더십 문제다. 안철수, 유승민, 손학규 이런 사람들이 제3당의 에너지를 담아 낼 책임감과 리더십, 전략이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 다만 안철수의 파괴력이 떨어져 이번에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지만 국민의당이 비례에서 몇 석이라도 얻으면 굉장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만약 통합당이 1당이 되어도 과반을 하지 못하면 국민의당과 손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인재영입과 공천을 평가해 달라.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이라지만 청와대 출신이 당내 경선에서 약진하고 있다. 그러나 본선에 가서 문재인 심판 바람이 불면 후보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인재영입을 했다지만 법조인이 너무 많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이슈에 3년 동안 매달려 왔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예고하는 공천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통합당이 공천에서 친박은 정리하고 가자는 의지가 보이는 건 평가할 만하다. 아쉬운 건 신진 발탁이다. 컷오프는 하지만 여전히 옛날 인물이 많다. 이회창 때처럼 과감한 인재 영입을 못하는 것 같다.”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탄핵은 국민의 85%가 지지하고 국회의원 234명이 동의하고 헌법재판관 8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개혁연대를 통해 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2017 체제 같은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갔다. 탄핵을 했다는 주체를 협소하게 해석하면서다. 국론 분열은 심각한 상태다. 정치권에서 싸우긴 했지만 국민들이 광장에 나와 정면으로 부딪힌 적은 없었다. 어떻게 검찰개혁을 두고 같은 날 국민이 검찰청과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워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는가. 완벽한 정치의 실패다. 그 결과 공적 기능이 무너지고, 모든 게 진영 논리로 해석되고 있다. 진영 논리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이런 상황이 과연 수습 가능할지 걱정스럽다.”

-적폐청산의 어떤 점이 문제였다고 보나.

“탄핵 이후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국가정보원장 4명과 대법원장이 구속됐고, 1등 기업 총수가 구속됐으면 이 정부 사람들도 높아진 기준을 따랐어야 했다. 낙하산 인사를 해서는 안 됐고, 직권남용을 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과연 이 정부가 그랬는가. 조국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만큼은 의심받는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이 정부가 더 하네, 선거 개입도 더 했다’고 보는 거 아닌가. 두 번째로 특수활동비처럼 과거에 불법적이었으나 관행상 해왔던 것들은 처벌 중심이 아니라 제도 개선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통합당 호남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 단 2명이다. 20대 총선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깼던 우리 정치가 퇴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지난번만 해도 PK뿐만 아니라 TK에서도 민주당 계열이 되고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이 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는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와 같은 양상으로 나온다. 아까 말한 대로 정치의 실패다. 탄핵까지 된 마당이면 집권당이 통합과 포용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 또 탄핵을 자초한 집단은 반성과 혁신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없었다.”

인터뷰= 김영화 논설위원

정리= 변한나(논설위원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가 4ㆍ15 총선 전망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가 4ㆍ15 총선 전망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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