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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다, 과학]인간과 가축, 이보다 더 좋은 숙주는 없다

입력
2020.03.06 04:30
수정
2020.03.06 14: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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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낯선 과학책을 수다 떨 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읽어본다, SF’를 썼던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2>데이비드 콰먼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발생하던 지난달 23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앞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한 의료진이 다음 확진자가 도착하기 전에 잠시 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발생하던 지난달 23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앞에서 격무에 시달리던 한 의료진이 다음 확진자가 도착하기 전에 잠시 쉬고 있다. 연합뉴스

“만에 하나 감염력과 살상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변종이 나타나서 세계를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역사 속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마지막 해인 1918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이 그랬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것이 나타나 우리를 덮칠까.”

공교롭게도 중국 방역 당국이 새로운 신종 전염병 유행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한 날(2019년 12월 31일), 이런 불길한 예언을 담은 책(‘과학의 품격’)을 내놓았다.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6년 주기로 찾아왔던 세 번의 바이러스 유행을 취재했던 터라서, 경각심을 가지자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 현실이 되었다.

다행히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는 감염력은 높지만 사망자 숫자로 알 수 있듯이 살상력은 낮다. 지금 많은 시민이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지만, 공동체의 역량으로 극복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이러스 공격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코로나19에 이어서 ‘코로나25’나 ‘코로나30’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박쥐(포유류)나 철새(조류) 같은 야생 동물의 몸 속에서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서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인간과 동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동물과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왜 인간을 넘볼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데이비드 콰먼의 ‘인수 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콰먼은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인수 공통 전염병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바이러스와 생사를 걸고 싸웠던 역전의 용사(의사-과학자)와 토론하며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헤친다.

이 책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서, 잠시 바이러스 입장이 되어보자. 오랫동안 야생 동물과 공생해온 바이러스는 지금 고민이 많다. 왜냐하면 자신이 의탁해온 야생 동물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서는 야생 동물과 함께 절멸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숙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바이러스에게 동물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간과 그에 딸린 닭 오리 돼지 등은 아주 매력적인 대상이다. 개체 수가 많고 한곳에 모여 살기 때문에 일단 옮겨가 자리만 잡으면 이보다 더 좋은 숙주가 없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는 바로 이렇게 바이러스가 변화에 적응한 결과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음ㆍ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발행ㆍ660쪽ㆍ3만원

이제 70대가 된 콰먼은 ‘도도의 노래’(1996년) ‘신중한 다윈 씨’(2006년) 같은 자연, 과학, 사회를 넘나드는 문제작으로 이름 높은 백전노장의 과학 저널리스트다. 그가 만 64세 때 펴낸 ‘인수 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중국 남부의 쥐 농장 같은 현장의 생생함과 바이러스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과학의 냉철함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명저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인류를 덮칠 때마다 이 책은 아주 중요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콰먼은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조언한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과연 그의 조언을 따라서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나는 글머리에서 언급한 책에서 이렇게 썼었다. “지금까지 인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항상 운이 좋기는 어렵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 (별 다섯 개 만점)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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