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부터 흄에 이르기까지 근대 사상가들은 법과 제도, 시장을 설계할 때 개인을 두고 ‘부정직하며 자신의 이익 외엔 어떤 다른 지향점도 없다’고 전제해 왔다. 주류 경제학이 말하는 ‘합리적 개인’, 거칠게 표현하면 ‘이기적 인간’의 속성이다.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인센티브 제도가 필수적이란 믿음이 일찍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저자는 인센티브 제도가 만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되는 ‘레온티에프’상을 2006년에 받은 저자는 “인센티브는 자신의 행동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 강제 요인 때문에 이뤄진다고 믿게 만들어 더 이상 자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상을 주지 않아도 원래 흔쾌히 했을 일들을 거부하게 만들기 때문에 인간의 이타적 본성을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도덕경제학
새뮤얼 보울스 지음ㆍ박용진, 전용범, 최정규 옮김
흐름출판 발행ㆍ388쪽ㆍ1만8,000원
그렇다면 인센티브 원리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실패한 제도일까. 책은 “그렇진 않다”고 설명한다. 산업화 이후 여러 사상가들은 시장이 확장될수록 인간의 도덕성이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했음에도 도덕적인 시민이 대거 나타난 곳도 생겼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시민의 덕목을 함양하는 제도 역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제학자의 저서답게 주장을 뒷받침하는 빼곡한 연구 사례가 돋보인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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