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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결집의 힘… 바이든, 슈퍼화요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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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결집의 힘… 바이든, 슈퍼화요일 잡았다

입력
2020.03.04 22:00
수정
2020.03.05 01:36
15면
0 0

美 민주 경선 14곳 중 9곳서 승리 확인, 대의원 수 역전

샌더스, 블룸버그 사퇴ㆍ워런 완주 의사에 부담 배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슈퍼 화요일 승리를 축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슈퍼 화요일 승리를 축하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의 최대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에 대역전극을 펼쳤다. 경선 초반 참패로 침몰 직전에까지 몰렸지만 진보성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질주를 우려하는 당 주류와 중도진영의 표심이 결집한 효과다. 일주일 전만 해도 샌더스 의원의 승리가 유력했던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실상의 이변을 연출하면서 되레 샌더스 의원과의 양강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이날 14개 주(州) 및 미국령 사모아에서 실시된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앨라배마ㆍ오클라호마ㆍ노스캐롤라이나ㆍ텍사스 등 남부 7곳과 매사추세츠ㆍ미네소타 등 총 9곳에서 승리했다. 동부시간 4일 오전 8시 기준으로 메인주에서도 샌더스 의원을 근소하게 앞섰다. 샌더스 의원은 텃밭인 버몬트를 비롯해 유타ㆍ콜로라도에서 승리를 확정했고, 대의원 수가 415명으로 가장 많이 할당된 캘리포니아에서 우세를 보였다. 미국령 사모아에선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승리했다.

각 후보들이 확보한 대의원 수가 최종 집계될 때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슈퍼 화요일 경선까지 합친 대의원 수에서 바이든 이 661명, 샌더스가 586명을 각각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블룸버그 112명,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01명 순이었다. 당초 이날 경선을 거치면서 샌더스 의원이 확보한 대의원 수가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200~300명 더 많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 의원을 추월하며 선두주자로 나선 것이다. 이번 슈퍼 화요일에선 전체 선언대의원 2,467명 중 1,357명(34.1%)을 뽑는다.

이변은 개표 초반부터 두드러졌다. 지난주만 해도 샌더스ㆍ바이든ㆍ블룸버그 간 3자 접전 양상이었던 버지니아의 경우 출구조사에서 일찌감치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예측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특히 워런 상원의원의 안방인 메사추세츠에서도 1위에 올랐고,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 의원이 61%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인 미네소타에서도 이 곳 출신으로 중도하차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의 지지선언에 힘입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28명의 대의원이 할당된 텍사스에서도 열세가 예상됐지만 접전 끝에 신승을 거뒀고, 캘리포니아에선 15% 이상 득표로 샌더스 의원의 대의원 독식을 막아냈다. NYT는 “일주일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변”이라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언제 선거운동을 중단하느냐가 관심이었던 바이든이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승을 발판으로 극적으로 부활했다”고 전했다.

이는 무엇보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 클로버샤 의원 등 중도진영 후보들이 레이스를 중단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함으로써 ‘반(反)샌더스 연대’가 구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NYT는 “중도성향 민주당원들이 당을 사회주의자로부터 지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설 수 있는 ‘안전한 카드’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주류 및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체제를 찾다가 샌더스 의원의 질주에 놀라 ‘돌고 돌아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다시 택했다는 얘기다.

중도진영이 바이든 중심으로 뭉치면서 샌더스 의원으로선 주도권을 넘겨줘야 할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중도후보 난립에 따른 반사이익 상실은 물론 진보진영의 표 분산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경선 하루 만인 4일 사퇴하면서 중도진영 결집은 가속화할 전망이지만 진보성향의 워런 의원은 완주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선언대의원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는 접전 양상으로 경선이 진행될 경우 샌더스 의원의 부담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샌더스 의원을 부담스러워하는 당 간부와 상ㆍ하원 의원들로 구성된 슈퍼대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진행될 2차 투표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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