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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여정 담화’에 일단 신중… 전문가들 “대남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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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여정 담화’에 일단 신중… 전문가들 “대남 최후통첩”

입력
2020.03.04 20:30
수정
2020.03.04 21: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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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김정은의 강한 불만”… “대북전략 수정 불가피” 지적

2018년 2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대표단 오찬에서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대표단 오찬에서 김여정(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를 겨냥해 내놓은 ‘기습 담화’는 어떤 의도에서 나왔을까. 청와대는 대응을 자제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대남 최후통첩’으로 해석하며 남북관계 파장을 우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김 부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부부장이 전날 밤 발표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 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에 대한 입장이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관련 질문에 “남북관계에서는 상호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밝혔다. 정부가 상황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부부장의 담화가 ‘최고 수준의 경고’라는 해석이 우세해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북한의 로열패밀리로 절대적 위상을 갖는 ‘백두혈통’이 직접 나섰고, 청와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기존 대남 메시지보다 무게가 무겁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외무성 등을 통해 주로 대남 비난 메시지를 내왔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남북관계 메신저 역할을 해온 김 부부장이 굳이 나선 것은 사실상 김 위원장이 정부에 강한 불만과 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김 부부장이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한 이유도 답답한 남북관계에 ‘충격 요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 북한 안보 문제가 겹치는 것을 우려하다 보니 북한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섣부른 메시지를 내 화를 부른 것”이라며 “남북관계 접근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사격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부 결속 강화 차원의 군사훈련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는데, 청와대가 즉각 비판 메시지를 낸 게 적절치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여정 담화 이후 남북관계는 당분간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연말 대미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후 내부 다잡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도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 실마리를 풀려면 정부의 대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 추진 등 교류협력 다변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 현실상 당장 받기 어려운 카드라는 것이다. 홍 실장은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강조하듯 북한이 원하는 것은 본질적 변화”라며 “한반도 평화는 남북 모두 안전 보장이 핵심 이슈인 만큼 9ㆍ19 군사합의 후속조치 이행과 같은 주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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