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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장당 2만원까지 치솟았다… 전세계가 '금스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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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장당 2만원까지 치솟았다… 전세계가 '금스크' 대란

입력
2020.03.05 10:38
수정
2020.03.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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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온라인 쇼핑몰 마스크 가격 비교해 보니

마스크 사재기에 마스크값 급등… WHO “수술용 마스크 가격 6배 올랐다”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2일 한 승객이 마스크와 고글로 단단히 무장한 채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2일 한 승객이 마스크와 고글로 단단히 무장한 채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오늘도 마스크 못 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마스크를 사려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바로 마스크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진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달 27일부터 ‘마스크 긴급 조치’를 통해 매일 500만장 넘는 마스크가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하지만 마스크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마스크가 아니라 금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마스크 품귀 현상에서 빚어진 ‘마스크 대란’이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마스크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가격도 급등 추세다. 한국일보가 각국의 주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마스크 가격을 확인해 봤더니, 미국은 의료용 마스크인 N95 마스크가 한 장에 1만2,140원~2만3,700원으로 책정돼 있다. 독일도 N95 마스크가 7,450원에 판매 중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경우 보건용 마스크인 KN95 마스크가 각각 한 장에 1만4,342원, 8,700원에 팔리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세계적으로 수술용 마스크 가격이 6배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자료: 각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 한국시간 4일 기준
자료: 각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 한국시간 4일 기준

가격이 뛰어오르자 구매를 서두르는 심리적 요인으로 사재기도 나타나고 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수요 증가와 사재기, 오용 등으로 개인보호장비의 글로벌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각국의 대응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사재기 중단을 당부했다. 심지어 “마스크 원료와 화장지 원료가 같다”는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일본, 호주의 경우 사람들이 마스크는 물론 화장지까지 사재기에 나섰고,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화장지 개수를 제한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마스크 사재기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이탈리아와 이란은 마스크 가격의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3일 기준 전세계적으로 중국(2,943명)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두 번째로 많은 이탈리아(79명)는 의료진이 써야 하는 마스크도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마스크를 자체 생산하지 않는 이탈리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마스크를 조달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비축된 마스크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심각한 상태다. 현지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날 AFP 통신에 “바이러스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이 써야 할 마스크가 최소 1,000만개는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개인 위생 제품을 파는 온라인몰들이 비상식적인 가격 뻥튀기나 담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란 정부는 마스크 부족이 심해지자 혁명수비대까지 동원해 마스크 사재기를 단속하고 있다. 골람호세인 에스마일리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3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손소독제 등을 사재기 하는 행위를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며 “이런 범죄는 5~20년의 징역형부터 최고 교수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이 필요한 물품을 횡령하는 이런 사재기 행위는 최악의 경제 범죄다”라고 비판했다.

태국은 정부가 마스크 생산을 100% 직접 관리한다. 매달 3,600만개 가량 생산되는 마스크를 국내무역국(DIT)이 관리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최장 7년의 징역형이나 최대 14만바트(약 529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대만 정부는 대만 내에서 생산되는 마스크 전량을 정부가 수매해 국민과 의료기관에 저렴하게 배포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심각한 특수전염병 폐렴 방지 및 진흥 특별법’을 입안해 입법원(국회)으로 송부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방역물자를 사재기하거나 폭리를 취하면 5년이하의 징역과 500만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며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태국 방콕 시민들이 지난달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 방콕 시민들이 지난달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미국의 경우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마스크가 품절되는 등 사재기 조짐이 보이자 보건당국이 나서 마스크 구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상태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운영 책임자인 제롬 애덤스 단장은 지난 1일 트위터에서 “마스크는 일반인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하지만 만약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마스크를 못 구한다면 의료진과 우리 사회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수요가 급증하며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들 제품의 판매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대변인은 “전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발생하자 시장의 나쁜 행위자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려 한다”며 가격 조작 업체들의 판매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27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피아첸자병원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인이 선별진료소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피아첸자=AP 연합뉴스
27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피아첸자병원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인이 선별진료소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피아첸자=AP 연합뉴스

프랑스도 마스크와 손세정제 가격이 2~3배 급등하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 트위터로 “앞으로 마스크 비축분과 생산분을 국가가 관리하고 직접 의료 전문가와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전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이태웅·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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