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전해진 미국 중앙은행의 긴급 금리인하 소식에 코스피가 2%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증시들은 3% 안팎까지 미끄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미국에선 시작단계인 반면 한국은 이미 절정에 이른 상태라는 점이 차이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24% 오른 2,059.33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만에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2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앞선 7거래일 동안 4조5,000억원 이상을 순매도 했다. 코스닥도 전장 대비 2.38% 올랐다.
반면 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94% 내린 2만5,917.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도 각각 2.81%, 2.99%씩 하락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금리인하 기대감에 3대 지수가 5% 안팎으로 폭등했는데, 막상 금리가 내리자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 것이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 1%를 밑돌고, 금값(1,644.40달러)이 전 거래일보다 3.1% 상승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극심해졌다.
밤사이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들은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하고,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끌어내리는 긴급처방전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확인해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리인하 외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인하 외에 다른 정책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한 점은 실망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 강세에 대해선 ‘매를 먼저 맞은’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 등은 코로나19 확산이 초기단계라 불확실성이 크지만 한국은 중국처럼 진정국면에 진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외국인 매수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4원 내린 1,187.8원에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가 매도 클라이맥스에 근접했던 외국인의 순매수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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