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혼을 결심한 부부의 결별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휴정기에 돌입하면서 협의이혼 사건의 당사자 의사 확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을 비롯한 동ㆍ남ㆍ북ㆍ서부지법 등 서울지역 법원에 접수되는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는 각 법원별로 매달 200~300건에 달한다. 많을 때는 한 달 사이 400건을 넘는 경우도 있다.
협의이혼은 당사자간 이혼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 재판이나 조정을 거치지 않고 법원의 확인을 받아 헤어지는 절차다. 법원에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1~3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친 뒤 ‘확인기일’이 열리는데, 이 때 쌍방의 이혼의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까지 조율해야 최종적으로 ‘이혼의사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해당 확인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곧바로 이혼의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법원의 휴정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법원에 이혼 의사를 확인 받는 날 또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간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원은 법원행정처 권고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휴정기에 돌입했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일부는 휴정기간을 20일까지 연장했다. 서울지역에서는 남부지법을 제외한 가정법원과 동ㆍ서ㆍ북부지법이 13일 또는 20일까지 확인재판 날짜를 잡지 않고 있다. 다만 동부지법의 경우 4일로 잡힌 기일은 갑자기 미루기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해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러다 보니 숙려기간을 모두 거쳐 이혼할 준비가 돼 있는 부부들 중에는 “법원이 날짜를 잡지 않아 이혼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한 번 열릴 때마다 대략 100여명이 법원에서 대기해야 하고, 협의가 진행되는 공간 또한 매우 좁아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재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화상 시스템의 도입을 요구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확인기일은 이혼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재확인하고, 양육비 등을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본인확인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부부 모두 신분증과 도장을 반드시 지참하도록 하는데, 화상으로 진행할 경우 본인임을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대면 기일에서도 당사자를 사칭하는 경우가 있어서 화상으로 하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인들이 있지만 당분간은 바이러스 확산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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