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입자 정보를 탑재한 심카드(유심칩)도 전기통신사업법상 이동통신단말장치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타인 명의의 휴대폰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유심칩을 이용하는 행위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4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5)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지난해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콘서트 입장권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게시해 2,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기소됐다. 김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유심칩을 구매한 뒤 자신의 휴대폰에 부착해 사용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 받았다. 전기통신사업법 32조의4 제1항 제1호는 타인의 명의로 이동통신 단말장치를 개통해 이용하거나, 타인 명의로 개통된 단말장치를 넘겨받아 이용하는 행위를 금한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김씨에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형량은 유지하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단말장치는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 결과를 출력하는 장치’라는 사전적 의미로 해석되는데, 유심칩은 그 자체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 결과를 출력하는 기능이 없다”고 판단했다. 유심칩은 단말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 것을 쓴다고 해도 법을 어긴 것이 아니란 의미였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유심칩도 단말장치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재 보편적인 이동통신 시스템에서는 유심칩의 개통 없이 단말장치만 개통할 수 없고, 반대로 단말장치 개통 없이 유심칩 개통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의 ‘단말장치의 개통’은 ‘유심칩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타인의 유심칩을 넘겨받아 다른 단말장치에 장착해 사용하는 행위도 위법”이라며 원심의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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