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필요성과 관련해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론을 앞세워 신천지 강제수사를 다시 한번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전히 ‘방역당국과 협조’를 강조하며 강제수사에 소극적이다. 일각에선 권력 수사를 둘러싼 법무ㆍ검찰의 대립이 코로나 정국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장관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국에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긴급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국가기관 모두 합심해 대응하자는 취지였다”면서 자신의 지난달 28일 강제수사 지시 배경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신도 명단 압수수색에 대한 찬성 여론이 86.2%로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를 거론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로, 반대 여론은 6.6%였다.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안에 압수수색을 지시한 전례가 있느냐”고 추궁한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는 “보수적으로 전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소극 행정”이라고 반박했다. “코로나19가 전례가 없던 감염병이라 (그에 대응하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추 장관은 “즉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대비를 하라는 ‘일반적 지시’를 내린 것”이라 부연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신천지 측의 신도 명단과 시설 위치 제출 등에 누락ㆍ허위 기재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신천지) 강제수사는 즉각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3일) 강제조치를 직접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총장은 추 장관의 강경 대응 주문과 달리 감염병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는 신천지를 겨냥한 강제수사를 둘러싸고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강제수사를 하면 신자들의 잠적이 우려된다는 방역당국의 판단을 방어막으로 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국가의 행정 작용을 위한 목적에 방점이 찍힌 강제수사 활용은 수사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신천지 측에 대한 소환조사나 신병 확보로 인해 검찰과 교정시설 등에 대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 주변에서는 세월호 당시 구원파 수사에 나섰다가 도리어 검찰이 타격을 입은 과거 경험 때문에 검찰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돌고 있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이 2일 검찰과 업무연락을 통해 신천지 측이 제공한 신도 명단 정보 확인 문제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의 신천지 수사 대응 기류가 달라질 여지도 생겼다. 윤 총장도 방역에 도움이 되는 수사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명시적인 강제수사 요청으로 보기도 어려운 만큼 검찰이 곧장 강제수사에 착수하진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중대본이 3일 법무부를 통해 문의한 예배 출입정보 확보 방안에 대해선 방역당국이 우선 신천지에 제출을 요구하도록 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가 출입정보 제출을 거부해야 감염병 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의 강제권이 발동될 수 있어서다.
한편 검찰은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신청을 반려한 것에 대해 “신도 명단 누락 등의 방역 방해행위가 특정되지 않았고 고의성 여부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www.nesdc.go.kr)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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