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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원순ㆍ이재명 코로나 ‘경쟁’

입력
2020.03.0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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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겠다며 경기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을 찾아간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설명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검사하겠다며 경기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을 찾아간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형 재난 같은 결정적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사태를 ‘카트리나 모멘트’라고 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당시 부시 대통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뒤 생긴 말이다. 9ㆍ11테러 이후 90%까지 치솟던 부시의 지지율은 38%로 폭락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발생한 허리케인 샌디에 적극 대응해 재선에 성공했다. 정치 지도자에게 재난은 위기이자 기회인 것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감염 정보를 비공개하자 자신이 피해자 신원과 동선을 공개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급락한 반면 박 시장은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뛰어올랐다. 주요 이슈 대응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순발력과 전투력도 정평이 나있다. 재난은 아니지만 ‘최순실 게이트’때 박 대통령 탄핵을 가장 먼저 들고 나와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 코로나19 국면에서 박 시장과 이 지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치고 나간 사람은 이 지사다. 코로나 전국 확산의 계기가 된 신천지 의제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 강제 진입에 이어 바이러스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한밤에 경찰을 이끌고 이만희 총회장의 가평 거처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이 지사 지지율은 3위로 뛰어올랐다. 박 시장도 메르스 사태의 경험을 살려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광화문광장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둬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신천지에 대해서도 이 회장 살인죄 고발, 법인 허가 취소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여권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은 이낙연 전 총리에 가려 두각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박 시장은 시정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이 지사는 선거법 위반 재판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두 사람으로서는 방역 최일선을 맡은 이번 기회에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여길 것이다. 위기에 처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구에서 의료 자원봉사에 나서자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의 코로나 행보에 ‘쇼’라는 비판이 쏟아져도 효과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자기 정치’의 욕심이 지나치면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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