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152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지난해 논란이 된 노포(老鋪) 을지면옥은 현재의 낡은 건물은 철거해 원형 그대로 보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도시재생을 통해 기존 산업 생태계를 보전하고,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총 171개 정비구역 중 152곳은 지정을 해제하고, 재생사업으로 전환한다. 2014년 3월 구역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넘어 일몰 시점이 지난 구역들이다. 이들 구역에는 화장실이나 소방시설 같은 열악한 기초 기반시설을 보강하고, 주차장과 도로를 확충하는 한편 보행 환경을 개선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빈집 등 소필지를 매입해 골목 재생 사업을 진행한다.
나머지 구역은 실효성 있는 세입자 대책을 먼저 마련한 후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관리처분을 앞둔 세운3구역 세입자들은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임시 영업장에 들어가게 한 뒤 2021년 세운5-2구역에 마련될 지식산업센터(약 100호)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신청된 세운5-1ㆍ3구역과 사업시행자가 사업부지와 건축물을 기부채납하고,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구역은 기부채납 부지에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해 세입자들을 입주시킨다. 아울러 한 구역 내에서도 한꺼번에 철거하지 않고, 단계적ㆍ순환적으로 정비해 산업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기계ㆍ정밀, 산업용재, 인쇄 등 구역별 산업입지 특성에 맞춘 산업거점공간 8곳도 만든다. 공간의 상당 부분은 정비사업으로 이주해야 하는 소상공인에게 주변 임대료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어주는 공공임대상가(700호 이상)로 만든다. 나머지는 청년창업지원시설 등 신산업 육성공간으로 조성한다. 시제품 개발 지원 서비스를 구축하고, 기술 전수를 위한 마이스터스쿨도 만든다. 기존 소상공인들이 경영,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세운3-2구역 내 을지면옥의 보존 여부는 이날 대책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을지면옥의 철거를 둘러싼 논란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세운상가 재정비 전면 재검토’와 이날 대책을 이끌어냈다. 시는 지난 1년간 소유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철거는 없다는 원칙을 갖고 소유자, 사업시행자와 협의했으나 당사자간 의견이 달라 보전 여부는 향후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을지면옥 측은 주변 상가는 재개발되고 을지면옥만 혼자 그대로 남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며 “을지로에서 계속 영업을 이어나가지만 현재의 건물은 철거하고, 인근 신축 건물에 입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는 4월까지 일몰 관련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10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종합대책을 담은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올해 안으로 수립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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