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으로 아시아 무대에 돌아온 수원 삼성이 말레이시아 프로축구팀 조호르 다룰 탁짐에 일격을 당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슈퍼리그에서 우승한 조호르 전력이 만만찮을 거란 예상은 있었지만, 막상 국내 클럽이 동남아시아 클럽에 패하자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클럽간 전력 평준화가 눈으로 확인된 모습이다. K리그로선 ‘현실 자각 타임’을 맞은 셈이다.
수원은 3일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이스칸다르 푸테리의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조호르에 1-2로 패해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날 패배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6ㆍ스페인)가 뛴 고베와 1차전 패배 때와는 충격 강도가 다르다. 수원은 이전까지 ACL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동남아 팀에 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행편이 꼬여 이동 시간만 18시간이었단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경기력은 조호르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동남아 축구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동남아 클럽이라고 한 수 아래로만 볼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전했다. 박항서 베트남대표팀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4일 본보와 통화에서 “클럽마다 편차는 크지만 조호르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일부 클럽과 인도네시아 클럽은 2000년대 초반부터 상당한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중국 축구의 성장세에 가려졌을 뿐이지 동남아 클럽의 경쟁력도 (2000년대 이전에 비해)상당히 높아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동남아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은 상태에서 뉴미디어 시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중계권료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축구시장 자체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커지니 동남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기업(한국 포함) 스폰서들이 늘고, 자연히 좋은 자국 선수들을 해외에 빼앗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폭스스포츠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원을 상대한 조호르의 미드필더 사파위 빈 라시드의 실제 이적료는 200만 달러(약 2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K리그 내 몸값 최상위권 선수와 비슷하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한국 선수들의 몸값을 지불할 만한 동남아 리그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정도뿐이었지만, 이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브루나이까지 시장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항서, 신태용 감독의 진출에 따른 ‘축구 한류’ 영향도 크다지만,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동남아로 넘어오는 선수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