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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이코노칵테일]"전기가 우유라면 수소는 치즈... 수소사회가 열린다"

입력
2020.03.0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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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가 앞으로 다가올 수소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가 앞으로 다가올 수소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수소가 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석유 등 화석연료 에너지의 고갈 문제에 대한 논의는 잠잠해진 반면 지구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수소가 떠오르고 있다. 지구의 70%가 원자번호 1번인 수소(H)를 머금은 물(H2O)이다. 무한정한 자원이다. 하지만 수소는 다루기가 까다롭고 추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만은 않다.

수소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는 스스로 에너지가 될 수 있을 뿐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 역할에 획기적인 강점이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큰 약점으로 간헐성 비저장성 수요공급불일치 등이 꼽힌다. 수소는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것이다. 가령 태양열이 풍부한 호주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변환시켜 세계 각국으로 보급하는 식이다.

수소사회를 향한 기수가 수소차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차 연구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를 출시했으나 높은 생산단가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내외에서 1,000여대를 판매한 후 단종됐다. 하지만 2018년에는 넥쏘를 출시하면서 현대차가 수소차 기술력에서 세계 우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에서 수소차 연구를 전담해온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을 만나 수소경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전무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의 아헨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왜 수소경제인가.

“화두가 된 게 온실가스 저감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결국은 이산화탄소(CO2)를 줄이려면 신재생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과거에 정부 과제를 따낼 때는 신재생에너지를 하는 분들과 수소하는 분들이 서로 싸웠다. 그런데 이게 다른 게 아니다. 일단 신재생이 되어야 진정한 수소 사회가 온다. 예전에는 1차 에너지가 원유, 석탄, 가스였고 전기를 2차 에너지라 했다. 원유나 석유, 석탄을 수입해 전기를 만드니 그렇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사회가 되니 전기가 1차 에너지가 됐다. 태양광, 풍력으로 바로 전기가 나온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는 내가 원할 때 나오지 않는다. 일단 밤이 되면 태양광은 나오지 않는다. 바람도 우리가 원할 때 불지 않는다. 전기를 저장해 나중에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옛날 성군(聖君)들은 저수지를 만들었다. 이 저수지의 역할을 수소가 해 주는 거다. 배터리로는 저장할 수 있는 양이 너무 작다. 겨울에는 신재생이 잘 안 나온다. 유목민들이 겨울에는 소와 양, 말의 젖이 잘 나오지 않으니 여름에 생산한 젖을 치즈로 바꾸는 것이다. 치즈는 저장하기도 쉽고 상하지 않고 오래 두어도 되고 운반도 편하다. 우유가 전기라면 치즈가 수소다.”

-재미있는 비유다. 저장이 중요하다는 얘긴가.

“신재생이 많이 되어야 수소사회도 원활하게 되는 거다. 남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해 놓는 거다. 신재생이 잘 나는 나라가 있다. 호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중동, 남미는 신재생이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을 사와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로 저장해 오려면 너무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다. 아니면 전기케이블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와야 한다. 이것도 어렵다. 그래서 수소로 만들어 이송하자는 거다. 수소는 신재생 에너지의 국제 교역을 가능하게 한다. 전기를 저장하려면 수소로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도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차를 움직이면 된다. 신재생과 수소는 뗄래야 뗄 수 없다.”

-지금은 수소가 어디에 가장 많이 쓰이나.

“정유회사다. 원유정제에 어마어마한 양의 수소가 들어간다. 요즘 정유사들은 수소 생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수소위원회에도 대거 가입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에 관심이 많다. 수소 생산에 있어 과도기적인 방법으로 개질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유정에 다시 주입시키는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북유럽 및 중동 정유사들이 이러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유정에 주입하면 원유 채굴에도 도움이 된다. 정유사의 목소리도 수소사회 전환 과정에서 중요해질 것 같다. 그 다음이 비료다. 비료를 암모니아로 만드는데 암모니아를 만들려면 먼저 수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걸 공기 중 질소랑 붙이면 암모니아가 된다. 그래서 수소를 아는 사람들은 수소 1차혁명이 이미 끝났다고 얘기한다. 수소를 생산해서 암모니아를 만들지 않는다면 전 세계 인구가 70억명이 아닌 20억명 밖에 안 됐을 것이다. 식량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소는 어떻게 만드나.

“일반수소는 메탄을 개질해서 만든다. 메탄(CH4)에 물을 넣어 깨서 수소를 만든다. 그러다 보면 CO2가 발생한다. 이게 중간 단계고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메탄을 직접 깬다. 그러면 탄소는 가루로 나오고 CO2 없이 수소만 나온다. CO2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신재생을 쓰거나 메탄을 깨는 방법이다. 우리가 예전에는 신재생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메탄을 깨도 된다.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기후협약에서 자동차분야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CO2를 저감해야 하는데 자동차 분야의 타격이 제일 크다. CO2 때문에 연비 규제가 들어간다. 유럽에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는 연비 규제가 130g/㎞이었다. 1㎞를 달릴 때 130g이하로 CO2를 발생시키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 올해부터는 95g/㎞이 된다. 연비를 27% 강화하라는 얘기다. 10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인데 갑자기 연비를 27%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이 별로 없다. 그래서 유럽은 클린 디젤로, 일본은 하이브리드로 가려 했다. 그게 자동차업계의 1차 세계대전이다. 그런데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디젤이 완전히 졌다. 95g/㎞ 까지는 하이브리드로 맞출 수 있다. 그런데 2025년부터 2029년 까지는 81g/㎞이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하이브리드로도 맞추기 힘들다. 그러니 전기차 아니면 수소차로 대체해야 한다. 2030년이 되면 59g/㎞이 된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있는 회사는 2025년까지는 좀 여유가 있다. 그런데 유럽 회사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 전기차를 빨리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럽에서 전기차 붐이 일어나는 거다.”

-전기차는 중국이 앞서는 것 같다.

“중국이 전기차를 했던 이유는 완강(萬鋼) 전 과학기술부장(장관) 덕분이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아우디에 다니던 사람으로 서구를 내연기관 기술로 따라가는 것은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개념을 바꿨다. 전통적인 방식은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로 발전하는 거다. 하지만 그는 전기차에다 엔진을 넣으면 하이브리드고 연료전지를 배치하면 연료전지차가 되니 일단 전기차에 충실하자고 했다. 그 전략이 성공한 거다.”

-전기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은 전기차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연료전지를 더하는 거다. 전기차가 소형차나 단거리를 뛰는데 굉장히 유리하다. 하지만 장거리나 트럭, 버스, 기차, 선박 이런 건 감당을 못 한다. 주행 거리 500km가 가능한 40톤짜리 전기차 트럭을 만들려면 배터리가 8톤이 들어간다. 이 트럭을 충전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가능은 하지만 실용적이지 않다.”

-2000년대 들어서 초반에 수소차 얘기가 나왔다가 쑥 들어갔다.

“사실 연료전지차가 2004년부터 미국에서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온 이후‘수소차 안 된다’며 2008년부터 미국에서 보조를 끊었다. 그때 스티브 추라는 노벨상을 받았던 에너지 장관이 있는데 수소차 기술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구성이나 가격면에서 불가능한 기술로 생각해 포기하고 전기차만 밀었다. 이걸 본 다른 나라는 어떻겠나. 한국과 중국 다 2008년에 포기했다. 우리도 2008년부터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지원이 점점 줄어들었고 중국도 2008년에 지원을 끊었다. 그러다 중국은 2012년부터 조금씩 지원을 다시 시작했다. 수소차가 미래의 기술이라 생각한 거다.”

-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건가. 10년만에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건가.

“10년전에는 기술력 뒷받침이 안 됐다. 우리가 2013년에 내놓은 수소차 투싼의 내구연한이 5년 밖에 안 된다. 일반인에게는 팔 수 없으니 미국에서 3년 리스하고 처음 신기술을 도입해보겠다는 유럽 도시들에 몇 대씩 판 거다.”

경기도 용인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 전시되어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고영권 기자
경기도 용인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 전시되어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고영권 기자

-실험용이었나.

“상용을 한 거다. 과거에는 연료전지차를 주문 생산해 주는 데가 없었다. 투싼이 세계 최초의 양산차라고 하는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투싼이 판매되기 시작하고부터 유럽의 충전소가 거의 만들어졌다. 그 이전에는 연료전지차를 개발 프로젝트 규모가 30대, 100대 수준이었다. 소비자가 정해져 있어서 다른 사람이 차를 달라고 해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충전소도 못 지었다. 그러다가 투싼이라는 차를 주문하면 3개월 안에 공급한다고 하니 유럽에 주유소가 생긴거다. 비록 투싼을 1,000대밖에 안 팔았지만 이 1,000대로 인해 수소 충전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투싼이 비록 품질 등에서는 미숙한 단계였지만 큰 역할을 했다. 그 이후 수소차 내구 기술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넥쏘는 일반 차와 똑같이 10년을 보증한다.”

-이제는 수소차에 관해서는 한국 기술이 제일 앞선다고 볼 수 있나

“우리가 작년에 6,000대를 생산해 전세계에 뿌려놨는데 아무 문제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회사가 현대와 도요타 밖에 없다.”

-문제는 충전소다.

“우리나라는 올해 충전소 100기 설립이 목표다. 독일은 현재 충전소 81기가 있는데 수소차가 650대 밖에 없다. 충전소 한 기당 8대꼴이다. 매일 충전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충전하니 하루에 한 대 정도 충전소에 온다. 여의도 국회 충전소는 하루에 평균 70대를 충전한다. 많을 땐 100대 까지도 했다. 우리나라가 작년 5,000대, 올해 10,000대가 더 들어가니 전 세계에서 수소차도 제일 많다. 한 방에 10년을 뛰어 넘어서 발전시켜 놓은 거다. 거기다 수소법도 통과됐다. 우리가 수소사회에 있어서는 리더십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충전소 구축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한다.

“유럽 충전소는 18억원 정도가 들어가지만 우리나라는 30억원쯤 된다. 충전소를 대량으로 보급하면 가격이 떨어진다. 지금은 한 기를 주문하면 한 기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전세계에 다 지은 수소충전소가 400개가 넘을 거다. 아직 시작 단계다. 이게 대량으로 지어져야 저렴해진다.”

-원유고갈이 50년 정도 남았다고 한다.

“셰일가스도 나오고 채굴 방법도 계속 개발되면서 요즘은 원유고갈 얘기는 안 한다. 오히려 지구 대기 안에 CO2를 담을 공간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지구 온난화와 석유 고갈이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얘기다. 석유고갈은 석유가 없다는 얘기다. 지구 온난화는 석유는 있는데 이 석유를 태워 버리면 CO2 담아 낼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호주가 수소에너지에 앞장서고 있다.

“호주는 인주 밀도가 낮고 사막의 태양이 너무 좋다. 남쪽에는 바람이 너무 좋다. 남극에서 호주까지 아무것도 막히는 게 없다. 남극 바람이 불어 오니 풍력이 엄청나게 많고 태양광이 엄청나게 많다. 호주 필바라 지역은 우리나라의 5.5배 정도 된다. 거기에 태양광을 달면 전 세계가 쓸 수 있는 수소를 다 만들 수 있다.”

-그걸 수소로 변환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호주도 신재생이 많은데 자기네 나라밖에 못 쓴다. 수출을 못 한다. 어떻게 팔 건가. 생산도 못하고 멈춰놔야 했는데 앞으로는 나오는 대로 수소를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거다. 유럽에서는 아프리카의 사하라 땅에서 수소를 생산해 아프리카 사람들이 먹고 살게 해 주자는 얘기도 한다.”

-수소차가 일반차량 가격 정도로 떨어지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나.

“일반 차량하고 비교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단지 이산화탄소세까지 포함시키면 달라진다. 유럽의 연비규제 때문에 CO2를 못 맞추면 벌금 내지 않나. 그 CO2가격을 따지면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순수하게 가격으로 따져서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가격과 수소 시스템 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최근 들어서 정의선 현대차 총괄부회장이 수소 얘기를 부쩍 많이 한다. 자신감이 붙은 건가.

“연료전지라는 게 앞으로 자동차 말고도 비상 발전이라든지 트럭, 선박까지 쓰이는 기술이다. 이 분야에 있어서 현대차가 세계 탑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수소차로 지금까지 돈 한푼 못 벌었는데 미래를 보고 하는 거다.”

-우리가 수소 선진국으로 나가려면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은 것 같다.

“도시가스 배관처럼 수소가스 배관을 깔아야 한다. 배관을 깔면 운송비가 거의 안 든다. 예를 들면 울산에서 수소를 가져 오면 운송비만 1kg당 5,000원 들 거다. 그런데 배관을 깔면 kg당 500원 밖에 안 든다. 수소 배관의 또 다른 장점은 배관이 기니 그 자체가 에너지 저장 버퍼가 된다. 수소 생산은 한 곳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곳 근처에 배관이 있으면 생산된 수소를 그 관에 직접 넣어 버리면 된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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